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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그때 그 가수

중앙일보

입력

[TV 보는 남자] 응답하라, 그때 그 가수
투유 프로젝트-슈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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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JTBC]

지난 추석, 음악 예능 프로그램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JTBC)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첫선을 보였다. 방송과 음악 분야에서 특A급 진행자로 꼽히는 유재석과 유희열의 만남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뿐만 아니다.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MBC) ‘일밤-복면가왕’(방영 중, MBC, 이하 ‘복면가왕’) 등에서 이미 대중의 감성을 제대로 저격한 향수 코드를 적극 활용한다는 컨셉트도 기대를 모았다. 작지만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음악영화 ‘서칭 포 슈가맨’(2011, 말릭 벤젤룰 감독)에서 따온 독특한 타이틀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산만한 패널과 설익은 구성으로 기대한 것만큼 만족감을 채워주지는 못했다.

지난 10월 20일 정규 편성되어 타이틀과 포맷을 재정비한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은 그때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다. 4회까지 방송된 현재, 차트를 역주행하는 화제곡을 만들겠다는 당찬 목표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재미와 듣는 즐거움면에서 괄목상대할 만한 완성도를 보여준 것이다.

컨셉트는 대한민국 가요계의 한 시대를 풍미했다 사라진 가수, 일명 슈가맨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른바 ‘원 히트 원더(음반 하나 혹은 한 곡만 큰 흥행을 거둔 아티스트)’의 뮤지션을 찾는 게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비슷한 포맷의 ‘복면가왕’과 ‘히든싱어’(2012~, JTBC)에서는 출연자의 ‘음색과 인지도’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슈가맨’에선 음악의 인지도가 절대적으로 우선시된다. ‘복면가왕’은 ‘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히든싱어’는 ‘저 노래를 부르는 사람 중 진짜 가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목소리를 단서로 인물의 정체에 다가가는 추리 형식이다. 두 프로그램이 정답과 오답의 경계를 넘나들며 반전의 재미를 주는 퀴즈쇼와 같다면, ‘슈가맨’은 시청자가 자신들의 기억을 더듬어 추억의 한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좀 더 개인적이고 복고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 프로그램은 매회 ‘소환’과 ‘재창조’라고 이름 붙일 만한 두 번의 무대를 선보인다. 오랜 공백 끝에 스튜디오에 소환된 추억의 가수가 자신의 히트곡을 부른다. 20대부터 50대 이상까지 세대별 연령층으로 구성된 패널들은 노래를 듣다가 아는 노래라고 생각하면 버튼을 눌러 자신의 램프에 불을 켠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히트송이라고 할지라도 연령층에 따라 인지도는 천차만별이다. 가사를 정확히 따라 부르는 연령대가 있는가 하면,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갸우뚱거리는 연령층도 있다. 특히 ‘원 히트 원더’의 경우, 노래는 유명해도 가수는 유명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어 얼굴이 밝혀지는 순간 자체가 ‘복면가왕’이나 ‘히든싱어’만큼 드라마틱하지는 않다.

‘소환’에 이어 ‘재창조’ 무대에선 현재 가요계를 주름잡는 프로듀서와 가수가 나와 원곡을 리메이크해 부른다. 이른바 요즘 ‘대세’인 가수들이 출연해 현재 가장 트렌디한 장르로 재해석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다. 노래는 물론 춤과 무대까지 거의 모든 것이 원곡과 다른, 진정한 리메이크라 부를 만하다. 이렇듯 ‘슈가맨’은 추억의 소환이라는 감성적 접근에서 출발해, 그 추억을 기반으로 한 음악적 재창조 그리고 방송 후 공개되는 음원으로 차트 역주행이라는 욕망까지, 그 모든 요소로 꽉 차 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방송을 통해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향수에 젖었던 시간이 꼭 음원 차트 역주행이라는 목표에 부응해야 할까. 그럴 필요는 없을 듯하다. ‘슈가맨’은 추억의 달콤함을 음미할 시간을 너무 적게 주고 있는 건 아닐까.

글=진명현. 노트북으로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 등 장르 불문하고 동영상을 다운받아 보는 남자. 영화사 ‘무브먼트’ 대표. 애잔함이라는 정서에 취하면 헤어나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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