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버는 돈 30% 사회환원, 공존 위해서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기사 이미지

마이클 브로너 닥터브로너스 사장이 ‘올원(ALL-ONE)’ 로고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닥터브로너스]

‘우리는 모두 형제, 자매이며 서로와 지구 공동체를 돌봐야 한다.’

서울 온 브로너 ‘닥터브로너스’ 사장
유기농 액체비누·샴푸 만들어
‘지구와 사람 공존’에 대중 공감
광고 안 하고도 매출 쑥쑥 올라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보다 ‘지구와 사람의 공존’이 경영 목표인 이 곳은 미국 1위 유기농 바디케어 기업인 닥터브로너스다. 유기농 액체비누와 샴푸, 코코넛오일 등을 만든다.

 1858년 설립된 이 가족기업은 마케팅·광고 비용을 쓰지 않는다. 매년 매출의 10%에 가까운 돈을 사회에 기부하고 수익의 3분의1을 사회에 환원한다. 최고경영자(CEO)와 가장 말단 직원의 연봉 차이가 5배를 넘지 못하도록 했고, 신제품은 ‘영원히 생산할 가치가 있는 제품’을 3년에 한 번 정도만 내놓는다.

 최근 서울을 찾은 닥터브로너스의 마이클 브로너(40) 사장을 만나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명쾌했다.

 “창업 철학인 ‘화합과 공존’을 계속 실천하기 위해서, 그리고 오래 오래 기업을 생존시키기 위해서요.” 그는 비즈니스와 회사의 사회공헌활동(CSR)을 구분하지 않았다. 환경과 인간에 무해한 유기농 제품을 만들고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곧 ‘화합과 공존’을 실천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매출 8000만 달러(약 934억원)중 8.7%를 기부해 원료를 공급하는 농부나 폭력피해 여성, 장애아, 노숙자 등을 도왔다. 브로너 사장은 “긍정적인 사회적 변화를 이끌고,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단체의 DNA를 가졌다고 보면 된다”며 웃었다. 지구 공동체를 강조하는 이 독특한 기업을 과거엔 히피들이나 환경론자들이 지지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반 대중도 닥터브로너스의 경영 철학에 호응한다. 일체의 제품 광고 없이도 최근 5년간 매출이 3배나 늘었고 올 1분기에도 40% 이상 성장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을 제외한 32개 진출국 가운데 지난해 수입량 1위를 기록했다.

 닥터브로너의 간판 상품은 100% 유기농 액체비누인 ‘매직솝(퓨어캐스틸솝)’이다. 한국에서도 2008년 출시한 이래 지난 7월까지 70만병이 넘게 팔렸다. 최근엔 먹기도 하고 몸에 바를 수도 있는 코코넛오일을 선보였다. 모든 제품은 유기농·공정거래·동물복지·헴프오일·유전자조작원료(GMO)무사용이라는 5대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다. 브로너 사장은 “올리브·헴프·호호바 오일 등 유기농 원료들은 비싸지만 모델이나 광고가 없어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 어떤 시대의 유행도 따르지 않고 오직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제품만 묵묵히 만들면서 소비자 신뢰를 쌓았다, 최근엔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입소문 효과가 커졌다”고 했다.

 업계 트렌드를 묻는 질문에 그는 “지금 미국에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베네핏 기업(Benefit Corporation)’형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3년 내 한국도 세계적 기준을 충족하는 베네핏 기업 등록 여부가 중요해 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네핏 기업은 수익의 일정 부분을 의무적으로 사회와 환경에 투자해야 한다. 미국에선 약 3000개의 회사가 등록했다.

 브로너 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미국인보다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는 것에 더 열성적”이라며 “브랜드가 진실을 말하는지, 제품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지 여부를 평가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