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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결론뿐 아니라 과정에도 관심갖는 사회 됐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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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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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결론에만 관심이 있고, 그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은 들여다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하나의 사건을 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는 것, 이런 시각들을 토대로 서로 토론하며 답을 찾아가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 출간
대법관 시절 10대 판결과정 되짚어

  한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공직자 부정부패 방지법인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금지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관심을 모있던 김영란(59·사진) 전 대법관이 일반인 대상의 교양서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창비)를 출간했다. 2004년부터 6년간 대법관으로 일하면서 참여했던 판결 중 10개를 골라 그 의미와 배경, 논쟁 과정을 되짚은 책이다.

 16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그는 “있을 때 잘하지 떠난 후에 회고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대법관들이 왜 그런 판결을 내렸는지, 어떤 생각과 토론 끝에 그런 결론이 났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책은 존엄사 문제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킨 김할머니 사건(2009)에서 주식회사의 소유구조 문제를 파헤친 삼성 관련 판결(2009), 표현의 자유 논쟁을 불러온 포털사이트 명예훼손 사건(2009), 환경과 경제적 가치가 충돌했던 새만금 관련 판결(2006) 등을 되돌아본다. 각 사건에 대한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별개의견, 보충의견 등을 소개하면서 논쟁 과정을 생생하게 되살렸다. “판결문이 길고 어렵다 보니 일반인들이 판결문을 찾아 읽어보며 이해하는 게 쉽지 않아요. 이해를 돕기 위해 외국 사례나 영화와 책 등의 내용도 빌려왔습니다.”

 판결 이후의 사회 변화와 개인적인 소회, 반성 등도 담겼다. 그는 “사회 변화에 따라 법률 논리도 변할 수 있다”며 “현재 우리 사회의 합의가 어느 지점까지 와 있는지 이해하고, 앞으로 어느 방향으로 변화해갈지를 가늠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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