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야만적이고 비열한 공격"…전 세계 일제히 비난

중앙일보

입력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동시다발 테러 소식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각국 정상들은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는 한편 프랑스와 공조해 이번 테러를 주도한 세력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1·13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
반기문 "극악무도한 테러"
오바마 "반드시 심판할 것"
15∼16일 열릴 G20 정상회의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각국 대응 빨라질 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가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테러는 무고한 시민을 위협하는 무도한 시도로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건은 프랑스인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며 "미국은 테러리스트를 심판하는 데 프랑스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일련의 공격은 혐오스럽고 비인간적인 살해"라며 이번 사건을 강력히 비난했다. 마리야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사망자 수가 늘어난다는 끔찍한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괴물 같은 일"이라며 "러시아는 프랑스의 괴로움을 공유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극악무도한 테러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별도로 발표한 성명에서 "15개 이사국 모두가 이번 테러를 야만적이고 비열한 공격이라고 강력 규탄한다"며 "희생자 가족들과 프랑스정부에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극악무도한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으며, 이번 테러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테러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반문명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행위로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하에 테러 근절을 위한 프랑스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하고 프랑스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테러 척결 노력에 계속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표명했다.

유럽 각국, 애도와 지지 표명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충격을 받았다"며 "도울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심대한 충격을 받았다"며 "이 순간, 테러로 보이는 이번 공격으로 희생된 이들과 마음을 함께하고 그 유족과 모든 파리인들과 함께한다"도 강조했다.

이날 현지에서 프랑스-독일 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관람차 현지를 방문한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은 테러 발생 직후 외교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프랑스 편에 서 있다"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겼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대표도 성명을 통해 프랑스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옌스 슈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우리는 테러와의 싸움에 강력하게 연대할 것이다. 테러는 민주주의를 결코 이기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파리에서 발생한 대규모 테러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숨지고 다친데 대해 경악하며 이번 테러를 강력히 비난한다"면서 사망자들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유족들을 위로한다고 말했다. 주프랑스 중국대사관은 이날 자국 교민들에게 안전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긴급 통지문을 발송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 부장관은 "도저히 용서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은 자국민 현지 여행자에게 사건 발생을 알리는 이메일을 일제히 발송하고 안전에 주의하도록 당부했다.

영국을 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자신의 트위터에 "고통스럽고 끔찍하다"며 "희생자 유족을 위해 기도하며 이 비통한 때에 프랑스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20개국 정상, 대테러 공조 방안 논의할 듯

터키에서 15~16일 '포용적이고 견고한 성장'을 주제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파리 동시다발 테러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극단주의 세력에 의한 소행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세력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 움직임이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의장국인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시리아 사태와 난민 위기 해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슬람극단주의 세력을 소탕하고 시리아 내전을 협상으로 종식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에 대한 지지를 얻기 위해 세계 각국 정상들을 설득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반도에서 러시아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탑승객 224명이 전원 사망하는 등 일련의 사고가 이어지자 각국 정상들이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1999년 G20 정상회의가 시작된 이래 정치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전세계 테러 대응 공조에 대한 긴급성이 고조됐다"며 "이번 파리 동시다발 테러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목적을 더욱 강화시키게 됐다"고 보도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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