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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 대신 상장 리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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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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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형 빌딩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모(63)씨는 최근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상장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나 글로벌리츠펀드 투자를 권유받았다. 10억원 가량의 여윳돈이 있는 이씨에게 PB는 “은행 대출을 받더라도 공실률 낮은 A급 빌딩을 사긴 어려운 금액”이라며 “간접투자가 더 유리하다”고 했다. 부동산 매매 수수료나 취득세 같은 거래 비용이 발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관리 비용도 따로 들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이씨는 “노후를 대비해 고정적 수익이 있는 빌딩 투자에 관심을 갖고 분당과 판교 일대 상가를 둘러보던 중이었는데 직접 매입하는 건 보류했다”고 말했다.

국내 부동산펀드 66조 규모
중위험·중수익 내세워 인기

 이씨처럼 상업용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자가 늘면서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부동산펀드 규모는 30조원 가량으로, 2004년 이후 10년간 연평균 42% 성장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 수요가 증가한 것은 저금리·고령화 덕분이다. 금리는 낮아졌지만 고령화로 안정적으로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는 는 것이다. 연기금도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 확대에 역할을 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사학연금이 올 들어 대체투자팀을 신설하는 등 연기금의 대체투자가 늘고 있다”며 “대체투자 중에서도 부동산은 주식·채권과의 상관관계가 낮으면서도 중위험중수익이 가능해 인기”라고 말했다.

 공급도 늘었다. 저성장이 장기화되면서 경영난에 부동산을 매각하는 기업이 공급의 한 축이다. GS건설과 두산은 본사 건물을 팔았고 삼부토건은 서울 강남의 르네상스호텔 매각 중이다. 최근엔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본사 건물을 매물로 내놓았다. 기업 건물은 대부분 해당 기업이 임차해 쓰기 때문에 공실률이 낮아 A급으로 평가받는다. 노후화된 도심 재건축·재개발 수요도 공급을 늘리는 요인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2013년 도시 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재개발 시장이 커졌다”며 “도시정책 패러다임이 외곽 신도시 개발에서 도시 내 노후 시가지 재정비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간접투자 수단은 리츠와 부동산펀드로 나뉜다. 둘은 언뜻 비슷해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부동산펀드는 돈의 집합이다. 개인이나 기관으로부터 모은 돈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한다. 보통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가 투자신탁형 펀드를 만들어 판매한다. 리츠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회사나 신탁·조합으로, 전문가 집합에 가깝다. 리츠를 산다는 건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매매·관리하는 회사에 투자한단 의미다. 그러면 리츠는 그 돈을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 배당한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올 9월 현재 국내 부동산펀드 시장 규모는 66조원, 리츠 시장은 상장과 비상장을 합해 16조원 규모다. 김선희 한화자산운용 글로벌 대체투자(AI) 운용팀 부장은 “부동산펀드나 비상장 리츠는 투자 규모가 크다 보니 개인의 접근이 어렵다”며 “상장 리츠 시장이 커야 개인도 부동산 간접투자가 가능한데 국내에선 상장 리츠 시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리츠펀드는 많은데 국내 리츠펀드가 없는 건 그래서다.

 ‘디펠로퍼’로 불리는 부동산 개발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디벨로퍼는 부지 매입에서부터 인허가·매각·착공과 준공 등의 전 과정을 총괄하는 회사로, 시공은 하지않고 개발만 하는 게 특징이다. 한국토지신탁과 SK D&D가 대표적이다. 이경자 연구원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디벨로퍼 입장에선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는 부작용도 있지만 금융 비용을 견디지 못하고 헐값에 나온 양질의 부동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선 투자기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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