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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친구와 함께 치렀으면 좋았을텐데" 단원고 생존학생 수능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친구들과 함께 봤으면 좋았을 텐데….”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생존한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지난 11일 오전 학교에서 열린 장도식에서 한 말이다. 장도식은 시험전날 학부모·교사와 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험생들을 격려해주는 단원고만의 전통이다. 이날 학생들은 함께 수능을 치르지 못한 친구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도교육청은 단원고 생존학생 75명, 수학여행 미참가 학생 9명 등 모두 87명 중 84명이 12일 치러진 201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했다고 밝혔다.

생존학생 중 3명은 수시에 합격했다. 수험생들은 제2외국어 등 과목 선택에 따라 안산 지역 14개 고사장에 분산돼 시험을 치렀다.

생존학생의 한 학부모는 "서류 접수만 하고 고사장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아이가 한때 절반을 넘을 정도였는데 실제로 몇 명이나 시험을 치렀을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안산 원곡고 고사장에는 생존학생 16명 중 13명이 입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실제 고사장 입실 여부는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 시험이 끝난 뒤에나 파악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고사장 앞은 각 학교 후배들의 응원전으로 시끌벅적했다. 단원고 후배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학교 학생들에 비해 목소리가 컸다.

이날 오전 7시쯤 안산 원곡고등학교 앞. 단원고 교복을 입은 남녀학생 4명과 교사 2명, 학부모 2명 등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의 손에는 ‘단원고!’ ‘단원고 수능대박’ ‘합격 기원’ 등의 종이 피켓이 들렸다. 20여 분이 지나 3학년 선배가 나타나자 한 남학생이 갑자기 “단원고 수능대박 수능대박”이라고 외쳤다. 함께 있던 후배들과 교사도 오른손을 들어올리며 따라 외쳤다.
생존학생은 “깜짝이야”라며 환한 웃음을 짓더니 후배가 건넨 따뜻한 커피를 들고 교실로 향했다.

같은 시각 인근 양지고와 부곡고 앞 정문에서도 단원고 후배들이 응원에 나섰다. '단원고 2호선 타자' '재수없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목청을 높였다. 후배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커피와 쿠키를 나눠줬고, 생존학생은 후배의 응원에 밝게 웃으며 학교로 들어갔다.

생존학생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공부하는 시간이 적었고 마음고생도 컸지만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했다. 생존여학생 엄마 백모(52·여)씨는 “사고 후 1주일에 병원을 두 차례씩 다니던 딸인데 실수하지 말고 시험을 잘 치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장도식에서 많이 울었는데 걱정된다”면서도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전국 85개 시험지구 1212개 시험장에서 63만1187명이 응시했다.

안산=임명수·박수철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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