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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정의 High-End Europe] 클래식 카페 문화의 중심, 비엔나와 카페 자허(Sache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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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호텔 직원이 소개하는 자하 포르테.

유럽을 여행하다보면 거리에서 수많은 카페를 만나게 된다. 카페는 맛있는 커피와 음료를 마시는 장소일 뿐 만 아니라 간단한 식사도 하고 편안한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때로 글을 쓰고 작품을 구상하는 곳이 되기도 한다. 1720년 문을 열었다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플로리안(Caffe Florian)을 비롯, 유럽 대도시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한 카페가 하늘의 별처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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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자허와 카페 자허의 전경.

카페가 도시 생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곳으로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꼽을 수 있다. 비엔나에 최초의 카페가 생긴 것은 1683년이다. 그 후 최근까지 비엔나를 대표하는 오페라 하우스와 왕궁, 슈테판 성당 주변으로 많은 카페가 생겨났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도시를 대표하는 오래된 카페들은 이탈리아 통일기에 중요한 정치적 토론의 장소였다고 한다. 베네치아의 카페들은 카사노바 등이 단골이었던 곳으로 번성하던 도시에서 사교의 중심이었다.

비엔나의 카페는 예술가와 문학가들이 사랑했던 곳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카페 돔마이어(Dommayer)는 요한 스트라우스 2세가 데뷔 연주했던 곳이다. 카페 란트만(Landtmann)은 프로이트가 즐겨찾던 곳이며 현재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카페인 프라우엔후버(Frauenhuber)에서는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피아노 연주를 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에곤 쉴레, 스테판 츠바이크, 구스타프 클림트, 알프레드 아들러와 같은 문인과 화가들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내며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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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식으로 크림을 올린 커피.

대리석 테이블과 가는 곡선이 아름다운 토네트(thonet) 디자인의 의자, 신문이나 잡지를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보조 테이블과 실크 벽지는 18~19세기 모습 그대로다. 그 아름답고 작은 테이블에 앉아, ‘비엔나 커피’라는 이름으로 잘못 알려졌을 만큼 풍부한 크림이 든 커피를 마신다. 가장 유명한 것은 카푸치노처럼 거품 낸 우유나 휘핑 크림을 얹은 멜랑주(Melange)와 아인슈페너(Einspanner)다. 아인슈페너는 진한 블랙 커피에 휘핑 크림을 얹어 나온다. 일반적인 자기 커피 잔이 아닌 손잡이가 있는 유리잔을 쓰는 것도 특이하다. 블랙 커피도 있지만 비엔나에서는 아이스 커피에도 크림을 얹어 먹는다. 비엔나의 커피 문화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힘을 따라 프라하, 부다페스트, 크라코우 등 주변 도시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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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토르테와 최고의 조화인 크림.

커피와 어울리는 단짝 디저트는 일종의 사과파이인 아펠슈트루델(Apfelstrudel)과 비엔나를 대표하는 케이크 ‘자허토르테(Sacher Torte)’가 있다. 자허토르테는 1832년 프란츠 자허가 만들었다. 부드러운 초콜릿 생지 사이에 새콤한 살구잼을 바르고 그 위에 다시 진한 초콜릿을 입힌 다. 오스트리아인들의 자허토르테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은 대단해서, 매년 12월5일을 ‘자허토르테의 날’로 기념한다. 지금은 한 해 36만 개 이상이 전 세계로 판매된다고 한다. 아직도 과거 프란츠 자허의 레시피 그대로 거의 모든 공정을 수작업으로 한다.

호텔 자허의 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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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허토르테나 혹은 비슷한 이름으로 팔리는 케이크는 오스트리아 전역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오리지날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카페 자허’다. 프란츠 자허의 아들 에두아르드가 1873년 문을 연 곳이다. 카페 자허는 1876년에 문을 연 호텔 자허와 한 건물에 있다. 오페라 하우스에서 가까운 최고의 위치와 에두아르드의 아내였던 안나의 뛰어난 사업 수완과 예술적 감각으로 아직까지도 비엔나 최고의 호텔로 인정받고 있다. 존 F. 케네디, 인디라 간디, 레오나르드 번스타인, 엘리자베스 여왕 등 세계 최고의 명사들이 즐겨 찾았다. 아름답게 장식된 객실과 레스토랑, 연회장은 물론 이곳을 찾았던 수많은 명사의 사진이나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등에서도 호텔의 뛰어난 예술적인 감각이 나타난다. 호텔 자허는 리딩호텔(the leading hotels of the world) 멤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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