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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아웅산 수치, 단독집권 눈앞…“대통령 이상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되겠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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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 단독집권 눈앞'

미얀마 ‘민주화의 꽃’ 아웅산 수지(70) 여사가 이끄는 제1야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지난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하며 역사적 정권 교체에 성공할 전망이다. 이로써 미얀마는 군부 독재자 네윈의 1962년 쿠데타 이후 53년 만에 민간의 손으로 정권이 넘어가게 됐다.

NLD 측은 총선 개표가 진행 중인 9일(현지시간) “우리가 70% 넘는 지역에서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NLD는 지지세가 강한 중부 지역에서 80% 가까이 득표했다. 여당의 영향력이 큰 소수민족 지역에서도 50~70%의 지지를 얻었다고 NLD 대변인이 말했다. 앞서 일레븐 미디어 그룹 등 현지 매체의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NLD는 80~90%의 지지를 받아 집권 통합단결발전당(USDP)을 크게 따돌렸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현재까지 개표한 양곤 하원 12석에서 NLD가 모두 승리했다”는 첫 중간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최대 도시 양곤의 하원 의석은 총 45석이다. 선관위는 매일 여러 차례 개표 결과를 공개한 뒤 이르면 주말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얀마 헌법은 의회 664석 중 4분의 1(166석)을 군부에 할당한다. NLD가 이번 총선에 배분된 상·하원 의석 491석의 67%(329석) 이상을 확보해야 반세기 이상 지속된 미얀마 군부 지배가 막을 내린다. “대통령 이상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되겠다”고 공약했던 수지 여사는 이번 선거 압승으로 미얀마 정치에 전면 부상하게 된다.

USDP는 총선 패배를 인정했다. 테 우 USDP 대표 서리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졌다”고 말했다.

테인 세인(70) 대통령의 최측근인 그는 “USDP의 강력한 지지 기반인 이라와디 델타 지역과 힌타다 지역에서 크게 패배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어쨌거나 국민의 선택인 만큼 선거 결과는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다. 관영 일간지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새 시대의 새벽, 역사적 선거 속 수백만 명의 투표”라는 제목으로 NLD의 승리를 축하했다.

NLD는 1990년 총선에서 82%의 득표로 압승했지만 군부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아 집권에 실패했다. 2010년 선거에 불참했던 NLD는 25년 만에 총선에 참여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만큼 군부가 25년 전처럼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얀마 현지 분위기는 전날 투표 시작 전부터 평화적 정권 교체에 대한 기대감으로 축제 분위기다.

선거 결과가 전해지자 NLD 당사 앞에는 수지 여사를 지지하는 인파가 몰렸다. 수지 여사는 “아직 축하하기는 이르지만 내가 말하지 않아도 여러분은 모두 선거 결과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패한 후보는 승리한 후보를 인정해야 하지만 패한 후보를 자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지자들에게 강조했다. 그는 단호한 어조로 “진정한 승리는 국가에 돌아가는 것이지 특정 그룹 혹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도 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는 젊은이들의 힘도 컸다. NLD를 지지하는 20~30대 청년들은 투표 후 양곤 곳곳에서 ‘2015년 우리는 반드시 이긴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밤새워 춤을 추기도 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보라색 손가락 물결’이 이어졌다. 전날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이 보라색으로 물든 새끼손가락 사진을 올리면서 투표 사실을 인증했다. 중복 투표 등 부정 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투표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은 새끼손가락을 보라색 잉크에 적셔야 한다.

미얀마는 민주화의 큰 걸음을 내디뎠지만 수지 여사의 앞길이 장밋빛만은 아니다. 미얀마 국민은 그가 민주화와 경제 발전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집권 경험이 없는 수지 여사가 두 과제를 원만하게 이뤄내지 못할 경우 국민의 실망은 기대에 비례해 커질 수 있다.

'아웅산 수치 단독집권 눈앞'
온라인 중앙일보 jstar@joongang.co.kr [사진 jtbc 화면 캡처]
'아웅산 수치 단독집권 눈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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