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단풍 잡힐 듯 … 북녘땅 보며 걷는 감악산 둘레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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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보이는 산허리길, 골프장을 따라도는 산책로…. 수도권에서 이색 둘레길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완전 개통에 앞서 임시 개장하거나, 새단장을 마치고 걷기족들을 만나는 길이다.

경기도 이색 둘레길
산 허리 11㎞ 구간 임시 개장
휴전선 가장 가까운 걷기 코스
군포 골프장 둘레길은 새단장
철로변·꽃길 등 4개 코스 열어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감악산길은 국내 둘레길 가운데 휴전선에 가장 가깝다. 감악산 허리를 감아도는 21㎞ 구간 중 11㎞ 구간을 완성해 지난달 24일 임시 개통했다.

 지난 8일 오전 적성면 설마리 감악산 등산로 입구. 가느다란 빗줄기 속에 등산객 10여 명이 둘레길을 향해 걷고 있다. 등산객을 따라 포장된 길을 400m쯤 올라가니 오른쪽 갈림길이 나온다. 청산계곡 쪽으로 가는 둘레길이다. 이를 지나쳐 100m 더 올라가면 또 다른 갈래길이 나타난다. 그 중 왼쪽이 새로 만든 둘레길(손마중길)이다. 근처엔 차를 댈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완만한 오르막인 손마중길은 소나무·참나무가 우거진 산속 숲길이다. 폭 1m 흙바닥을 솔잎과 낙엽이 덮고 있다. 길을 따라 50분 정도 걸어 2.5㎞를 가니 시야가 뿌옇게 흐린 가운데서도 북쪽으로 개성 송악산이 어렴풋이 보인다. 북한을 더 잘 보려면 여기서 둘레길을 200m쯤 벗어나 봉수대터에 오르면 된다.

 북한이 보이는 봉수대터 근처를 지나면 또다시 숲길이다. 3.1㎞ 더 간 곳에서 ‘천둥바윗길’이 시작된다. 구간구간 길 옆으로 군부대 철조망이 따라 간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구간도 있다. 손마중길과 천둥바윗길은 모두 합쳐 8.7㎞. 왕복해 두 배 길이를 걷는 데 7~8시간이 걸린다. 가벼운 산책 정도로 생각하기엔 버거울 수 있다.

 손마중길과 반대쪽으로 난 청산계곡길은 2.3㎞에 걸쳐 이어져 있다. 역시 폭 1m가량의 완만한 오르막의 숲속 흙길이다. 파주시는 내년 5월까지 감악산 허리를 한바퀴 도는 21㎞ 둘레길을 완공해 개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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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군포시 안양베네스트골프장을 싸고 도는 ‘골프장 둘레길’은 국화 같은 가을꽃을 심고 무너진 하천변 길을 보수해 지난달 말 재개장했다. 지난해 11월 개통하고 1년 만이다.

 길은 수도권 전철 1호선 당정역 옆에서 시작한다. 멀리서 온 걷기족들은 당정역 근처 근린공원에 주차한다. 길은 전체 4.6㎞로 ‘철로변’(1.3㎞) ‘삼성천’(1.3㎞) ‘47호 국도 은행나무길’(700m) ‘신기천 꽃길’(1.3㎞) 등 4개 코스로 이뤄졌다. 첫 구간이 경부선 철도를 따라가는 ‘철로변’이다. 중간에 호박·조롱박·수세미가 달린 인공 터널이 있고, 팽이치기·연날리기 등이 그려진 벽화가 있다. 지난 8일 이곳을 걷던 김선희(54·여)씨는 “벽화를 보면서 추억에 잠기게 된다”며 “터널에 달린 호박을 따가고 싶은 마음도 든다”고 했다. ‘삼성천’은 하천을 따라가는 길이고, ‘은행나무길’은 국도변 인도를 활용했다.

 전체 길 이름은 ‘골프장 둘레길’이지만 산책하는 시민들이 골프공에 맞지 않도록 나무를 심어 골프장은 보이지 않는다. 군포시는 골프장 둘레길 개장 1년과 새단장을 기념해 오는 14일 오전 10시 걷기 대회를 연다. 사전 참가 신청은 필요 없다. 집결지는 당정근린공원이다.

전익진·임명수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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