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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법원 “사찰 수행 보살·처사는 근로자 아냐”

중앙일보

입력

절에 머물면서 사찰 유지·관리 등의 일을 하는 보살이나 처사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강원도 한 사찰 주지 스님이 “처사 A씨를 부당해고했다는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한때 이 사찰에서 승려로 수행하다가 환속했던 A씨는 지난해 8월 다시 사찰을 찾아 수행을 시작했다. 그는 사찰에 머물며 청소나 보일러 관리 등 일손을 도왔다. 하지만 석 달 뒤 A씨는 “사찰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중노위는 지난 5월 “A씨는 근로자에 해당하고, 해고시 서면통지를 받지 못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주지 스님은 “이 사찰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인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아니다”며 불복소송 제기했다.

법원은 “A씨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A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찰에 근로를 제공했다기보다 종교적 수행을 위해 사찰에 머물며 일을 돕고 수고비를 받았다”며 “이 사찰에 머무는 10여명의 보살, 처사들은 모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고, 업무에 관해 특별한 지휘·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보살, 처사들에게 지급된 월 50만∼150만원의 보시금도 근로소득세 떼지 않았고, 사찰이 4대 보험 신고를 한 적도 없는 만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김미진(서강대 신문방송학) 인턴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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