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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두번밖에 치료의 기회가 없는 다발골수종 환자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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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백민환 회장

사람마다 각자 특징이 있듯이, 병에도 각자 특징이 있다. 우리 아내가 앓고 있는 병인 다발골수종은 희귀 혈액암이다. 위암, 대장암 같은 고형암은 암세포 덩어리를 떼어 버리면 완치될 수 있지만, 혈액암은 다르다. 암세포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기 때문에 수술로 암세포를 떼어낼 수 없어 약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혈액암의 특성상 치료가 잘 되다가도 약물에 내성이 생기거나, 특정 치료제에는 치료가 잘 안 되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도 다발골수종 신약이 유독 많이 개발되는 것 같다. 이렇게 수술도 안되고 재발도 잘 되는 질환의 특성상, 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한 신약이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항암제 치료에 모두 실패해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는 환자들이, 환우회로 신약의 건강보험 급여가 언제 되는지 문의를 해오고 있다. 이럴 때마다 환우회는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에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새로운 약제가 필요한지, 또 얼마나 시급한지, 그 안타까운 사연을 실제로 확인해 보기 위해 최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절반인 47%는 재발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재발에 대한 환자들의 불안감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매우 불안하다고 응답한 환자가 80%, 불안한 편이라고 답한 환자가 13%나 됐다. 때문에 97%, 즉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은 포말리스트 같은 새로운 치료제의 보험급여가 매우 시급하다고 답했다.

혹자는 재발이 많고 완치도 안 되는 병에 건강보험 재정을 많이 쓰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환자들이 건강보험으로 처방 받을 수 있는 치료제는 두 가지뿐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육박하고 OECD 가입 국가인 한국 환자들은 딱 두 번 치료를 받은 후에는 방법이 없다. 개인 부담으로 몇 억 원씩 치료비를 쓰지 않으면 구제책이 없는 것이다. 이는 마치 죽는 날을 받아 놓고 기다리는 것과 같다.

우리는 새 정부가 들어설 때, 4대 중증질환을 100% 나라에서 보장해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는 아직도 먼 얘기다. 건강보험 누적 흑자가 13조 원인데, 건강보험 재정 때문에 우리나라 환자들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은 정말 통탄할 일이다.

전 국민이 가입하는 건강보험은 분명 공공부조의 성격을 지닌다. 이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치료비가 발생하는 환자들에게 나눠질 때, 그 의미에 부합하는 사용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제가 너무 고가라서 반대하는 다발골수종 같이 치료제가 비싼 신약의 급여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위험분담제 같은 새로운 제도를 통해서 건보재정도 함께 고려했으면 좋겠다. 너무 뻔한 얘기지만 역지사지, 본인이나 가족들이 이런 병에 생겼을 때의 간절함을 한번쯤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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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민환 회장 기자 webmaster@ndsoft.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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