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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대표경선 투표] 선명성 '6박전' 선택만 남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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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비가 내리는 가운데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 강원 합동연설회는 5천여명의 당원들이 내뿜는 함성과 박수로 열기가 넘쳤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이날 대회를 끝으로 합동연설회를 모두 마쳤다. 당직자들은 "이제 남은 건 24일 투표장에서의 선택뿐"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6명의 후보들은 할 말이 아직도 많이 남은 듯했다.


한나라당 대표경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병렬.강재섭.김형오.김덕룡.서청원.이재오 후보(기호순). [김형수 기자]

셋째 연설자인 서청원(徐淸源) 후보의 경우 연설을 채 마치기도 전에 마이크가 꺼져 주최 측에 항의하는 일이 빚어졌다. 청중들이 "서청원"을 연호하자 사회를 보던 최연희(崔鉛熙) 의원은 "박수소리가 너무 크다보니 徐후보가 시간 종료 예비 종소리를 듣지 못한 것 같다"며 진정시켰다.

마지막 연설회답게 후보들은 때론 감정에 호소하고, 때론 대여투쟁의 선명성을 강조하며 단 한표라도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맨 처음 등단한 강재섭(姜在涉)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심하다"는 말로 연설을 시작해 盧정부 취임 4개월의 실정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55세로 6명 중 가장 나이가 적은 姜후보는 "나이 많은 소보다 젊은 소가 농사 일을 잘한다",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못 돌린다" 등으로 젊음을 강조했다. 특히 "한나라당이 씨 없는 수박이 돼선 안된다"며 차기 대권후보임을 부각했다. 그는 연설 후 양복 상의를 벗어 휘두르기도 했다.

최병렬(崔秉烈) 후보는 일꾼론을 앞세웠다. 崔후보는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서울시장으로 불려가 1만여개의 구조물을 뜯어고쳤다"며 "저는 훈련된 사람이고 일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위해서라면 소주병을 들고 찾아가서라도 盧대통령을 설득하겠다"면서 "그러나 盧대통령이 국민의사를 짓밟고 옳지 않은 길을 가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청원 후보는 강한 야당지도자상을 역설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당 대표를 맡아 투쟁한 이력을 열거하며 "노무현 정권과는 아무나 싸울 수 없다"며 "싸워본 사람만이 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徐후보는 "대표직을 사퇴한 후 옥인동(이회창 전 총재의 집)을 찾아갔더니 李전총재 부부가 열심히 해줘서 고맙다며 차 한잔을 주더라"라는 일화까지 소개하며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김덕룡(金德龍) 후보는 개혁과 변화를 내내 강조했다. 金후보는 "이번 전당대회는 개혁이냐 보수냐의 승부"라며 "보수의 간판으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당을 개혁해 노무현의 신당 바람을 압도해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고도 했다.

와이셔츠 바람에 소매를 걷고 등단한 이재오(李在五) 후보는 도덕성을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개혁을 얘기하고 변화를 얘기하지만 누가 과연 그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며 "남들이 당원들에게 차비를 주고 동원할 때 저는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전국을 누볐다"면서 "당원 혁명을 일으키자"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 좀 똑바로 하시오"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한 김형오(金炯旿) 후보는 미래론을 주창했다. "우리당의 유능한 젊은이들이 당을 떠나려 망설이고 있다"며 "노쇠한 말을 타고 시대의 급류를 건널 수는 없다"고 했다.

새 대표를 뽑는 23만명 선거인단의 선택은 2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2백80여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개표는 26일.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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