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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잘 대해주셔서 고마워요"…자신 붙잡은 형사들에 감사편지 쓴 전과 3범

중앙일보

입력

“옥천 형사과 화이팅 빠샤!”

지난달 25일 충북 옥천경찰서 형사팀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100만원 상당의 금반지를 훔친 혐의로 경찰의 날인 지난달 21일 대전에서 붙잡힌 박모(20)씨가 유치장에서 보내온 감사편지였다. 또박또박 쓴 손편지에는 “형사님들 덕분에 제가 새로운 삶을 생각하면서 반성하고 있습니다”라는 참회의 글이 적혀 있었다.

절도 전과 3범인 박씨는 지난 2월 대전에 있는 집을 나왔다. 자신의 절도 범행 때문에 진 빚 1000만원이 문제였다. 이 돈을 갚느라 어머니·누나가 자신을 골칫덩이 취급하자 홧김에 가출했다. 박씨는 가출 후 PC방을 전전하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금은방에서 금반지 한 개를 훔치고 분실된 카드를 이용해 금은품을 구매했다 경찰에 검거됐다.

옥천경찰서 형사팀에서 조사를 받던 박씨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면회하러 오는 가족도 없었다. 김명항 옥천서 형사팀장은 “가정불화가 심했고 스스로를 못난이 취급하는 박씨가 자괴감이 심해 보였다”며 “인생 선배로서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희망을 갖고 살라고 조언해줬다”고 말했다.

형사팀원들도 경찰의 날 사무실에 앉아 박씨와 함께 볶음밥을 직접 해먹었다. 따뜻한 차도 건네고 현장조사를 나가서는 “짜장면이 먹고 싶어요”라는 박씨를 위해 중국집도 함께 갔다. 집을 나와 외톨이 생활을 했던 박씨는 그때부터 입을 열었다. 범행을 후회하고 자신이 저지른 9건의 여죄도 실토했다.

박씨는 편지에서 “경찰의 날에 저 때문에 행사에 참석도 못하시고 볶음밥 먹게 해서 죄송합니다”며 “당장은 아니라도 멋진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찾아뵙겠습니다. 아들처럼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이틀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박씨는 9명의 형사들에게 직접 별명도 붙여줬다. ‘형사과의 장난꾸러기’ ‘꽃미남’ ‘행동대장’ ‘아버지’ ‘짱 팀장’ ‘군기반장’ ‘1004’ ‘힘짱’ 등 나름의 해석을 덧붙인 별명이었다.

신경승 옥천경찰서 경위는 “유치장에 있는 박씨가 지금도 매일 같이 편지를 보내오고 있다”며 “꿈을 잃지 말고 살라는 진심어린 조언을 받아들인 박씨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옥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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