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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법조비리 보도 기자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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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999년 1월 '대전 법조비리'사건을 처음 보도한 대전 문화방송(MBC) 전.현직 기자 4명이 사건 발생 3년6개월여 만에 명예훼손 혐의로 전원 유죄를 선고받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보도에 비방 목적이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실형 및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피했다고 밝혔으나 일부 언론단체는 "언론 자유를 심각히 침해한 판결"이라며 비난하는 상황이다.

대전지법 형사4단독 손철우(孫哲宇)판사는 지난 20일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대전 문화방송 徐모(35)씨 등 현직 기자 3명에게 징역 4~8개월에 집행유예 1~2년, 80~1백20시간의 사회봉사명령을 각각 선고했다. 특히 당시 법조팀장이던 高모(44.사업)씨에게는 징역 8월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孫판사가 문제삼은 것은 99년 1월 7일과 9일에 각각 보도한 '고질적 비리였다' '변호사와 판.검사 뒷거래 의혹' 등의 보도 내용이었다. MBC는 당시 보도에서 "李모 변호사가 법원의 전.현직 간부 및 일반 직원, 경찰관 등 2백여명으로부터 사건을 알선받고 그때마다 소개비 등을 지급했으며, 판.검사들과 유착해 자신이 수임한 사건 피의자를 불구속으로 나오도록 뒷거래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 李변호사가 일부 사건을 비정상적으로 수임하면서 몇몇 법원.검찰 직원에게 알선료를 지급하고 일부 판사.검사에게 전별금 등을 준 사실은 밝혀졌다.

하지만 뒷거래 의혹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MBC가 '허위 사실'을 보도했다는 게 孫판사의 판단이다.

孫판사는 "보도 일부가 허위 사실인 만큼 공익성이 있는지에 관계없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보도 때 '검은 돈' '뒷거래' 같은 어휘를 쓴 만큼 비방할 목적이 있고, 충분히 확인을 거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법조비리를 폭로해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음에도 일부 내용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해 언론 활동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기자협회 역시 "이번 판결은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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