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사회자가 갑질을 하다니"…미 대선 주자들, TV토론 성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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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 정국에 'TV토론 개조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주 CNBC방송국이 주관한 공화당 대선 주자 TV토론에서 "사회자들이 지나치게 편파적이고 '갑질'을 했다"(공화당 후보들)는 비판이 불거지면서다. 당시 토론 사회자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당신 같은 정치인 때문에 공화당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공격을 하기도 했다. 토론 직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내년 2월 26일로 예정돼 있던 CNBC주관 토론회 참석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벤 카슨(신경외과 의사 출신)은 1일(현지시간) "토론회는 원래 후보의 자질이나 사고 방식, 철학 등을 알아보려는 것인데 실제로 (질문에) 나온 것은 '너 딱 잘 걸렸어'식의 질문이었다"며 "앞으로 TV토론 횟수를 줄이고 차라리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선거 활동을 해야 하는데 너무 많은 TV토론으로 시간을 빼앗긴다"는 이유도 들었다. 현재 공화당의 TV토론은 세 차례 진행됐으며 앞으로 8회 이상 남아 있다.

테드 크루즈(텍사스주 상원의원) 후보는 아예 "좌파 진보주의자들이 공화당 토론을 주관해서는 안 된다"며 "공화당 TV토론 사회자는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투표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오는 10일 공화당 대선 주자 TV 토론을 주관하는 폭스비즈니스뉴스는 1일 "CNBC는 제대로 질문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이슈를 다루지도 못했다. 그게 바로 우리가 10일 미국의 경제, 미국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자 하는 이유"라며 경쟁 채널의 실패를 부각시켰다. 공화당 대선 주자 캠프 대표자들은 1일 밤 회의를 열고 향후 TV토론 방식에 대해 논의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CNBC·CNN 등 미 언론들은 "미국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선 토론에 비교할 때 그다지 문제가 있는 질문은 아니었다"며 오히려 공화당 후보들이 '갑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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