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비 온 뒤 땅 굳는다” 건배 제안, 리커창 “비빔밥 보니 우린 공생할 수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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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중 3국 정상회의의 만찬은 1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경복궁 옆)에서 열렸다. 정상들의 만찬 행사가 청와대 외부에서 열린 것은 이례적이다.

한·일·중 정상회의 공동선언문
국립현대미술관서 이례적 만찬
소꼬리찜 등 한식 … 만찬주는 소곡주

 당초 오후 7시부터 열릴 예정이었으나 만찬은 7시30분에야 시작됐다. 과거사와 남중국해 문제가 거론되면서 중·일 정상회담이 30분 정도 길어졌기 때문이다.

 공식 만찬은 외교 의전의 꽃이다. 만찬 장소와 메뉴 등에는 주최국의 콘셉트가 반영된다. 이번 3국 정상회의 만찬의 주제는 ‘협력과 동반’이었다. 만찬장은 한옥 담장과 대문 등 한국의 전통적 미(美)를 살렸다. 반면 벽에선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영상이 나오는 미디어 월(Media Wall), 접시를 올려놓으면 메뉴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미디어 테이블 등 한국의 현대 정보통신기술(ICT)을 부각했다.

 메뉴는 주로 한식이었으며, 비빔밥·소꼬리찜, 궁중음식인 타락죽에 중·일의 딤섬·초밥 등이 나왔다. 만찬주론 소곡주(사진), 오감주 등 전통주가 올랐다. 만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비 온 후 땅이 굳는다는 격언은 3국에서 비슷하게 쓰이고 있다”며 건배를 제안했다. 한국과 일본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하는 반면, 중국에선 ‘비 온 뒤 하늘이 갠다’는 표현을 쓴다. 만찬 전 3국 비즈니스 서밋에서 리커창 총리는 “박 대통령께서 저에게 만찬으로 비빔밥을 마련해 주신다고 하셨는데, 비빔밥 안에 여러 식재료를 섞어서 먹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는 공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심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만찬장엔 한국의 이이남(46) 작가가 그린 각 나라 국화(무궁화·벚꽃·모란)가 한 가지에서 피어나는 장면을 담은 미디어 아트 등 한·일·중 3국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됐다. 3국 어린이들로 구성된 특별합창단은 청사초롱을 들고 ‘도라지타령(한)’ ‘후루사토(일)’ ‘모리화(중)’ 등 각국의 대표곡을 불렀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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