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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애니] Start! 12명의 신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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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다음달부터 주요 만화잡지에서 12명의 신인작가를 만나게 된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이 이들의 고료를 부담해 각 잡지에 1년간 연재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정부기관이 공모 선발-연재료 지원 방식으로 만화가 육성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뽑힌 작가 가운데 네 사람을 만났다. 어려서부터 키워온 만화가의 꿈을 본궤도에 올린 만큼 내실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결의가 대단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서석근(30)씨는 대학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 만화와 멀어지는 듯싶었다. 그러나 밤잠을 두세시간으로 줄여가며 습작을 계속하다 결국 1년 반 만인 1999년 사표를 냈다.

그동안 각종 공모전에 응모한 횟수만도 아홉 차례. 그 중 지지난해 한 공모에서 상을 탔지만 해당 잡지가 폐간돼 이번 기회가 오기까지 2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판타지물인 '세이지 로드'로 당선된 홍종현(25)씨도 중.고교 시절에만 모두 다섯 차례 공모전에 응모했다.

공주문화대 만화예술과를 졸업한 뒤에는 아예 직접 원고를 싸들고 여러 출판사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순정만화인 '녹턴의 숲'으로 뽑힌 이경민(24)씨는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김진씨를 찾아가 문하생을 자처했다. 데뷔하기가 어려워 한때 학습만화 출판사들도 기웃거렸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던 것이 거꾸로 이번 기회로 이어졌다.

가장 나이가 어린 박설아(17)양은 한국애니메이션 고교 3년생이다. 다른 친구들은 대학입시 준비에 한창 바쁠 때이지만 박양은 일찌감치 대학 진학보다 현업을 택했다. 가녀린 겉모습과 달리 이미 지난해 처음 응모한 잡지 공모전에서 바로 가작을 받은 실력자다.

신인이라고는 해도 작품 준비와 구상은 기성작가 못지 않다. 서석근씨가 '팡팡'에 연재할 '대장군 이순신'은 자료 조사와 남해 현지답사에만 꼬박 8개월 걸렸다. 역사적 사실을 다룰 2부에 앞서 1부는 소년 이순신이 스승의 명을 받아 사형격인 다른 소년과 일본에 건너가 신검을 찾기 위해 갖은 모험을 겪는다는 설정이다. 서씨는 "언젠가는 상고사까지 거슬러 가 우리 역사 전체를 다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홍종현씨의 '세이지 로드'는 '영점프'에 다음달 초부터 연재한다. 자신의 불치병을 고치려는 소녀 연금술사와 불사(不死)의 몸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좀비 소년이 함께 길을 떠나는 이야기다. 홍씨는 "극중 세계는 저의 다른 작품에서도 공통된 무대가 될 수 있도록 꼼꼼하게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박설아양은 마법 판타지물인 '프라이데이 아일랜드'를 '비쥬'에 연재할 예정이다. 단편으로 당선돼 장편연재 구상을 따로 마련해야 하는 이경민씨는 "제 능력에 맞는 작품부터 차분히 그려 김진 선생님처럼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밖에 선발작가는 '그래피티'의 최종훈씨,'팬텀'의 조승엽씨,'단구'의 박중기씨,'이블 원'의 김성훈씨,'원'의 신용관씨,'낫 소우 배드'의 이소안씨,'조이'의 이주령씨,'러브 미'의 유현숙씨다. 만화가 이현세.윤태호.심승현씨 등과 함께 심사에 참여한 만화잡지 편집장들은 "잡지의 개별공모전보다 응모작 수준이 훨씬 높았다"며 신진 만화가들이 몰고 올 바람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사진=장문기 기자 <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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