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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독립예술영화를 사랑해 달라"

중앙일보

입력

영화 ‘오래된 인력거’를 연출한 고(故) 이성규 감독을 기리는 다큐영화제가 그의 고향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다. 춘천다큐영화제는 2013년 12월 생을 마감한 이 감독이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의 독립예술영화를 사랑해 달라”는 뜻을 이어받아 제작된 영화제로 올해가 2회째다.

2014년 초 극영화 ‘시바, 인생을 던져’의 개봉을 앞둔 이 감독의 소원은 관객이 가득 찬 극장에서 자신의 영화가 개봉되는 걸 보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간암 말기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하루하루 안타까운 날들이 이어졌다. 영화 개봉도 2013년 12월 19일로 한 달가량 앞당겼지만 몸 상태는 계속 악화돼 갔다. 그 때 지인 한 명이 그를 위한 상영회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감독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모인 500여 명이 2013년 12월 11일 춘천의 한 영화관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던 이 감독이 상영관으로 들어오자 관객들은 희망의 메시지가 담간 종이비행기를 그를 위해 날렸다.

눈물을 흘리던 그가 남긴 한마디는 “독립영화를 사랑해 달라”였다. 그리고 이틀 뒤인 12월 13일 세상을 떠났다.

그 후로 1년 뒤 춘천에서는 그를 기리는 ‘한 사람으로 시작된 춘천다큐영화제’가 만들어졌고, 또다시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마지막을 기록한 다큐영화가 만들어져 상영을 앞두고 있다.

영화제는 다음 달 6∼7일 춘천 CGV춘천명동에서 열린다.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 초대권은 다음달 2일까지 강원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된다.

이번 영화제 개막작으로는 이 감독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에필로그’(이창재 감독)가 선정됐다. 또 ‘춘희막이’(박혁지 감독)와 ‘오백년의 약속’(안재민 감독) 등이 초대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이 감독 회고전에서는 세계 3대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꼽히는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IDFA) 장편 경쟁 부문에 아시아 최초로 진출했던 ‘오래된 인력거’(2010년)가 오랜만에 관객들을 만난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연출한 진모영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를 나누며 이 감독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영화제에는 이외수 작가도 참여했다. 이 감독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이외수 작가는 이번 영화제 제호와 마스코트를 만들었다. 또 “인재는 잃었지만 작품은 남았다”며 ‘오래된 인력거’의 내레이션을 맡기도 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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