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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경찰, 교실서 여고생을 바닥에 메치고 끌고 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마트폰 영상이 또 다시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엔 지난 26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프링밸리 고교의 수학교실이 배경이다.

영상엔 백인 경찰이 흑인 여학생(16세)을 과잉 제압하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경찰이 의자에 앉아있는 여학생의 팔을 잡으려고 하자 여학생이 저항한다. 경찰은 격분한 듯 여학생의 목을 팔로 감싸 거칠게 바닥에 메친 뒤 쓰러진 여학생을 교실 한쪽으로 짐짝처럼 끌고 가서 수갑을 채운다. 이 사이 다른 학생들은 공포에 질린 채 앉아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건 속의 여학생은 당시 스마트폰을 꺼내 사용하는 중이었다. 교사가 퇴실을 지시했으나 따르지 않았다. 곧 교내 안전담당관인 경찰 벤 필즈가 교실로 들어왔고 여학생을 강제로 내보내는 과정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장면은 동료 학생의 스마트폰에 고스란히 담겼고 온라인을 타고 순식간에 미 전역으로 퍼졌다. 미국 사회엔 백인 경찰에 대한 분노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미 공권력의 뿌리 깊은 인종 차별 논란에 다시 불이 붙는 양상이다.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스프링밸리 고교 폭행사건은 용납할 수 없다. 학교는 안전한 장소여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비난이 고조되자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즉각 조사에 착수했다. 문제의 경관은 무급 휴가를 명령 받고 업무에서 배제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23일 FBI 최고 책임자가 시민들이 경찰의 공권력 집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것이 미국 대도시에서 범죄율이 치솟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목해 논란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했다.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최근 시카고대 로스쿨 연설에서 올 들어 살인 범죄가 급증한 상황을 언급하면서 “마약이나 총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점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경찰이 촬영 당할까 두려워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점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6일에도 이런 취지의 주장을 했다.

백악관은 즉각 반박했다. 조지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들이 임무를 소극적으로 수행하게 됐다는 증거가 없다”며 “전국의 경찰 간부들은 현장에서 그런 일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27일 시카고에서 열린 국제경찰청장협회 연례총회에서 “자극적인 뉴스를 좇는 언론이 경찰과 국민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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