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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덥수룩한 수염 기른 채 등판한 장원삼 "지저분한 공 던지려고"

중앙일보

입력

26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4승제) 1차전이 열린 대구시민야구장.

2차전 선발 투수로 예정된 장원삼(32)이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채 경기장에 나타났다. 장원삼은 수염을 기른 적이 있지만 평소 깔끔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편이다. 장원삼은 "지저분한 공을 던지기 위해 수염을 길렀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때 수염을 기르는 외국인 투수 타일러 클로이드(28)에게 "면도 좀 하라" 며 핀잔을 줬던 그가 수염을 기르자 모두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클로이드는 "장원삼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수염을 기른 선수들을 보는 게 재밌다"며 웃었다.

장원삼은 "박찬호 선배님 같지 않나. 반응이 너무 뜨겁다. '수염이 잘 정돈됐다'며 부러워 하더라"며 "우승할 때까지 깎지 않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삼성 유격수 김상수(25)와 포수 이지영(29)도 거뭇거뭇한 수염을 기른 채 경기장에 나타났다. 1차전 선발 투수 알프레도 피가로(31)와 2루수 야마이코 나바로(29)도 평소보다 긴 턱수염을 휘날리며 나왔다. 김상수는 "장원삼 선배를 보고 따라 길렀다. 계속 이기면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면도를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삼성 선수들이 기른 수염을 보면 2013년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보스턴 레드삭스가 연상된다. 2012년 보스턴은 클럽하우스에서 선수들끼리 몸싸움을 벌이는 등 팀워크가 무너지며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에 그쳤다. 이듬해에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았다. 애드리안 곤잘레스, 칼 크로포드(이상 LA 다저스) 등 고액 연봉자를 트레이드 하면서 총 연봉을 줄이고 체질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때 1루수 마이크 나폴리(텍사스 레인저스)가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고, 다른 선수들도 동참했다. 득점을 올리면 서로의 수염을 잡아당기며 축하했다. 수염이 길어지는 만큼 보스턴 선수들은 똘똘 뭉쳤고, 순위는 올라갔다. '수염이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한 팬들도 가짜 수염을 붙이고 경기장을 찾았다. 선수들의 수염에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결국 보스턴은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그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랐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데이비드 오티스(보스턴)가 자신의 수염을 자른 면도기를 경매에 부쳐 벌어들인 수익금 1만877달러(약 1200만원)를 자선 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정규시즌과 KS에서 통합 5연패를 노리는 삼성은 불법 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주축 투수 3명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KS를 맞이했다. 1차전에서 삼성은 0-5로 끌려가다 9-8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7회 나바로의 3점 홈런으로 7-8까지 따라붙었고, 두산 1루수 오재일의 포구 실책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역전에 성공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0-5로 뒤졌지만 질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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