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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러시아가 인터넷의 95% 맡는 해저케이블 주변 정찰하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가 전세계를 잇는 해저 통신 케이블 부근에서 잠수함과 감시정찰선 활동을 늘리고 있다. 국제 통신의 근간인 해저 케이블을 찾아내 절단할 수 있는 능력을 냉전 때부터 갖춘 러시아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매일 10조 달러(1경1300조원)의 금융 거래와 95%의 국제 통신이 해저 케이블에 의존하는 만큼 이것이 끊어지면 각국의 정부 시스템과 경제가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인용, 최근 러시아 잠수함이 국제 통신과 전자상거래 등에 이용되는 주요 해저 케이블 매설 해역에서 빈번하게 정찰 활동을 하고 있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해저 케이블이 절단되면 전세계 자본 흐름이 멈추고 전화 등 통신도 마비돼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미 해군과 정보기관은 러시아 잠수함이 유럽~영국 사이 북해와 동북아시아~미국 사이 북태평양의 해저 통신 케이블 인근에서 활동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마크 퍼거슨 전 미 해군 유럽사령관에 따르면 러시아 잠수함의 정찰 활동은 최근 1년간 전년보다 50%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 러시아 감시정찰선 얀타르함이 미 동부~쿠바 사이 카리브해 해저를 항해했고, 관타나모 해군기지 인근에도 나타났다고 NYT가 전했다.

미국은 해저 케이블을 둘러싼 러시아의 움직임을 정찰 위성 등으로 관찰하고 있다. 또 러시아가 심해에 위치한 케이블을 공격할 경우에 대비해 신속한 해저 케이블 복구 방안도 찾고 있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NYT에 "러시아의 움직임은 냉전시기 우리가 관찰해왔던 수준에 필적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미국에 대항해 우주·사이버공간과 정보전을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전력을 강화하는데 이어 해저로도 공세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러시아의 공세에 러시아와 인접한 노르웨이가 강하게 우려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러시아 잠수함의 이동 경로를 파악하려고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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