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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메가 가뭄’에 논밭 메마르고, 온 국민 목이 타야 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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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농림축산식품부가 25일 가뭄 대책을 발표했다. 농업용수가 부족한 103개 지역에 146억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주로 지하수 개발, 양수장 시설, 저수지 준설 등에 쓸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정도론 갈라진 땅을 잠시 적시는 데도 모자란다.

 최근 3년 연속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누적 강수량(762㎜)은 평년의 62%에 불과하다. 장마와 여름철 호우에 연 강수량의 3분의 2가 집중되는 우리 기후 특성상 평년 강수량을 회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문가들은 지구 기후변화로 우리나라도 10년 이상 가뭄이 지속되는 ‘메가 가뭄’이 닥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일본 기상청은 3년 전 충격적인 장기 전망을 발표했다. 2075년엔 지구온난화로 장마전선이 오키나와와 중국 상하이에서 더 이상 북상하지 않는다는 경고였다. 이 예측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는 ‘메가 가뭄’의 악몽을 맞게 된다. 하루빨리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약 1.6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유엔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다. 우리는 댐·저수지·보가 적어 빗물 총량의 27%만 간신히 활용할 뿐이다. 여기에다 좁은 면적에 인구가 많다. 그래서 1인당 사용 가능 수자원이 세계 평균의 6분의 1에 불과한 ‘물 스트레스 국가’ 다. 이대로 메가 가뭄을 맞으면 온 국토가 메마르고, 온 국민의 목이 타는 국가적 재앙을 피하기 어렵다.

 일부 환경론자와 지역의 논리에 휘둘려 더 이상 종합적인 수자원 관리대책을 늦춰선 안 된다. 우선 1억t 미만의 환경댐 건설과 저수지 독 높이기 사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동강댐·지리산댐 등 다목적댐을 다시 추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환경도 보호해야 하지만 국민 생명을 위한 수자원 확보는 더 중요한 문제다. 더 이상 4대 강 사업처럼 정치적 논란이 반복돼서도 안 된다. 한사코 4대 강 사업을 비난하던 충남도가 가뭄으로 논밭이 타 들어가자 “빨리 4대 강 물을 끌어와 달라”고 말을 바꾸었지 않는가.

 우리의 수자원 관리는 부처 이기주의에 멍들어 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농식품부, 지방자치단체가 제각각 숟가락을 얹고 있다. 이번 충남 가뭄도 서로 떠밀고 있다. 전체 물 이용량의 47%인 농업용수는 농식품부 산하의 농어촌공사 책임이란 것이다. 댐을 관리하는 국토부는 생활·공업 용수에만 신경을 쓰고, 환경부는 지방 상수도만 맡고 있다. 뒤늦게 가뭄이 심각해지자 정부 부처들이 ‘물 관리 협의회’를 열었지만 그야말로 ‘협의’하는 수준이다.

 세계경제포럼은 10대 글로벌 위협 중 물 부족을 재정위기, 실업에 이어 세 번째로 꼽았다. 물 부족은 우리에게 이미 닥친 현실적 위협이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지휘하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 컨트롤타워부터 만드는 것이 발등의 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1997년 이후 6차례 ‘물관리기본법’이 발의됐으나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한심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