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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우리 아버지 친일 경력 없다"

중앙일보

입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국정 교과서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차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일요일인 25일 서울 목동운동장에서 열린 ‘이북5도민체육대회’ 개막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화가 아니면 역사 교과서를 바로잡지 못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대표는 “(역사 교과서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한) 국민 지지는 열화와 같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 이견이 있을 뿐”이라며 “유불리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대표는 문재인 대표 등 새정치민주연합 측에서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가 친일과 독재의 가족사 때문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집착한다"고 연일 공격하는 데 대해 "선친은 친일 경력이 없다"고도 해명했다. 김 대표가 선친인 김용주 전 의원의 친일 논란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나선 건 처음이다.

김 대표는 이날 당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하면서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느냐"며 "아버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4년이나 걸쳐 편찬한 친일 인명사전에 없다. 다만 동명이인(同名異人)”아러고 강조했다. 그는 “아버지는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일제 당시 조선식산은행에 취직해 경북 포항에 첫 부임했다”며 “당시 글을 모르는 부녀자들을 위해 야학을 열었다가 들켜 3년만에 은행에서 쫓겨났다”고 선친의 과거 행적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어 “1928년 아버지가 차린 회사 이름이 ‘삼일상회’(김 대표는 1919년 3ㆍ1만세운동에서 차용했다고 설명함)였다. 일본 순사들이 회사 이름을 바꾸라고 여러 번 말해도 바꾸지 않았다”고 했다. 김 대표는 “부친은 29세 때 자기 재산의 절반을 털어서 포항에 학교를 지었는데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졸업한 영흥국민학교”라고 설명했다. 부친의 창씨개명과 관련해선 “당시에는 창씨개명을 안할 수 없었다”며 "선친에게 안중근ㆍ윤봉길 의사처럼 왜 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친일을 한 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측근들은 김 대표가 선친의 친일 논란을 적극 반박하고 나선 데 대해 "내년 총선까지 야당이 중요한 이슈로 활용할 수 있는 국정 교과서 문제가 친일 논란으로 비화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일부 수도권 의원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관해 "내년 총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니 철회하자"는 주장을 펴는 데 대해선 "역사 교과서 이슈는 총선에 영향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본인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실수는 빨리빨리 바로잡으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되지만 오래끌면 재앙이 된다”며 “국정화를 접으면 통 큰 양보가 돼 환호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특정 이슈에 대해 반대하는 건 민주 정당에선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면서도 “여야가 지속적으로 대립할 사안이 아니라 정부가 (11월 5일) 확정 고시를 하면 끝나는 문제이기 때문에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집필진 구성 등 몇 차례 고비는 있다”면서 현재 여론조사가 국정화에 비판적인 데 대해선 "반대하는 사람들도 교과서 내용이 잘못된 것은 알고 있다. 시간을 두고 설득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가영ㆍ정종문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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