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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최치원부터 초의선사까지 … 한국의 차문화를 찾아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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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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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춘의 한국차 문화사
박동춘 지음, 동아시아
308쪽, 1만8000원

‘문화사’로 스스로 분류했지만 실은 차인(茶人) 인물열전에 가깝다. 『다경(茶經)』의 저자로 유명한 당나라 사람 육우부터 다성(茶聖)으로 꼽히는 조선 후기 초의선사까지, 당대의 차문화를 이끌었던 인물들을 차례로 조명했다. 신라 최치원, 고려의 정몽주와 이색, 조선 매월당 김시습과 김정희 등 20여 명이다.

차는 흔히 정신을 맑게 하는 것은 물론 병을 낫게 하는 약리작용까지 있다고 한다. 저자는 상세한 문헌자료와 오랜 차 음용 경험을 바탕으로 차가 어떻게 단순한 음료를 뛰어넘어 당대 지식인들의 소통 수단이자 품격 있는 문화상품으로 자리잡고 있었는지를 전한다.

“(…)다섯째 잔은 뼛속까지 맑게 하여 여섯째 잔을 마시니 신령한 신선과 통하네(…).” 다시(茶詩)의 백미로 꼽히는 당나라 시인 노동의 ‘칠완다가’를 소개하고, 초의선사의 제다법과 그 다법을 이어받은 응송 박영희(1896~1990) 스님의 음다법을 소개한다.

우리 차문화의 역사는 신라 흥덕왕 때 대렴이 당에서 차 씨를 가져온(828년) 이후부터 쳐서 대략 1200년을 잡는다. 그 세월 동안 중국·일본과 뚜렷이 구분되는 찻잎 특성, 제다법 등으로 독특한 차 문화를 일구어 왔지만 실생활에서는 늘 커피 문화에 밀리는 실정이다. 확실한 자기 영역을 지키고 있는 이웃 중국·일본의 차 문화와 또 다른 대목이다.

저자 박동춘씨는 응송으로부터 차 이론과 제다법을 전수받았다. 그래서 ‘초의차’의 5대 계승자로 알려져 있다.

아무래도 책에서는 초의와 응송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묻어난다. 특히 차를 제조할 때 덖는 과정을 최소화하는 자신의 제다법에 견줘 아홉 번 찌고 말려 차를 만드는 ‘구증구포법’을 은근히 견제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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