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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감사원 "지능형교통체계(ITS) 예산 낭비"…KTX는 안전장치 끄고 운행

중앙일보

입력

부처 간 칸막이로 지능형교통체계(ITS)가 중구난방으로 구축되고 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ITS는 실시간으로 교통정보를 수집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 등 21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가통합교통정보체계 구축 및 운영 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22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ITS 사업의 총괄부처이지만, 중앙정부부처, 경찰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추진하는 ITS 사업을 조정·심의하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각 기관이 ITS 사업에 중복투자하며 예산 낭비가 초래됐다.

ITS 사업이 본격 추진된 2008년부터 올해까지 77개 기관이 169개 (총 사업비 6640억원)을 조정 또는 협의 없이 추진했다. 경기도 수원시, 안양시, 하남시에는 같은 도로에 지방국토청과 지자체가 폐쇄회로TV(CCTV) 등 ITS 장비를 중복 설치했다. 지방국토청이 ITS 시설 1275대를 설치한 곳에 지자체가 501대를 다시 설치하며 80억원이 낭비됐다.

국토부는 또 자신들이 추진하는 첨단교통관리시스템(ATMS)과 경찰청이 추진하는 교통정보시스템(UTIS)의 중복가능성을 알고도 이를 방치했다. ATMS 사업은 하이패스 단말기를 사용해 교통정보를 수집하는 사업으로 지금까지 1641억원이 투입됐다. UTIS사업은 전용 단말기를 사용해 교통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2559억원이 투자됐다.

이들 두 사업은 같은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통신방식조차 일원화하지 않아 통합도 불가능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특히 UTIS의 경우 전용 단말기의 보급이 제대로 안 돼 정보의 정확성이 저조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ATMS 사업을 하고 있는 대구시 등 10개 지자체는 2011년 이후 UTIS 사업을 중복 추진하는 등 총 740억 원을 투자하고도 제대로 된 교통정보를 수집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지난 3월 감사원으로부터 UTIS 사업을 확대하지 감사결과를 통보받고도, UTIS 예산(156억 원) 집행계획을 변경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또 지자체 등 도로관리청이 도로 변경사항을 제때 반영하지 않고 있어 국민들에게 교통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자체 등은 표준노드링크를 통해 도로 교통 정보를 수집하는데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도로의 72%(6만3393㎞) 구간만 표준노드링크가 구축됐다. 지자체 등은 이들 노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돌발상황 정보(도로공사·교통사고 등) 41만 건 중 7만여건만 국민들에게 제공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열차운행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자동열차보호장치(ATP)를 고장 등으로 차단한 채 운행한 사실도 적발됐다. ATP는 열차 속도가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장치다. 감사원에 따르면 코레일은 2013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고장으로 ATP를 차단한 채 KTX는 88회(18대), 디젤기관차는 171회(57대) 운행했다. 이처럼 ATP의 잦은 고장에도 불구하고 코레일은 고장정보를 수집해 관리하거나 하자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밖에 감사원은 국토부가 민간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항공물류정보시스템’을 민간 영역과 중복 운영해 2012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약 2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해당 시스템을 확대하는 통합플랫폼 구축 계획도 추진하고 있어 사업비 280억여원이 더 낭비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감사원은 또 345억원이 투입된 항공관제시스템의 국산화 사업이 실제 공항에서 활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부실하게 수행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지난 7월 국토부 전·현직 공무원과 인하대학교 및 인하공업전문대학 교수 등의 조직적 비리를 포착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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