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국정 역사교과서는 이념전쟁과 관계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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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19일 “(역사) 국정교과서는 이념전쟁과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위한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도 이념전쟁 중 하나라고 생각하느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의 질문에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국정교과서는 박근혜 정부가 민생을 내팽개치고 이념전쟁으로 돌아선 것이란 걸 보훈처장이 인정했다”며 “역사교과서는 역사학자들이 쓰게 내버려두고 정부가 검정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박 처장의 이런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역사 교육은 결코 정쟁이나 이념대립에 의해서 국민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눠선 안 된다”고 말한 것과 어긋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도 “박 대통령이 국정교과서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는데 보훈처장이 그렇게 얘기해도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이학영 의원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에게 “추 실장도 국정교과서가 이념전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추 실장은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보훈처장의 사고에 문제가 있다”며 “이래가지고 국가보훈사업이 제대로 되겠나. 총리실에서 유념하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당부했다.

박 처장의 이런 발언은 ‘나라사랑교육 예산’을 증액 신청한 것을 두고 여야 의원들이 삭감 필요성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올해 예산은 26억여원이었는데, 보훈처가 당초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예산은 6087억원에 달했다. ‘과다 요구’ 논란 속에 결국 정부안에는 100억원이 편성됐지만, 이날 정무위에서는 여야 공히 삭감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새정치연합 이상직 의원은 “좌편향 논란이 심한 나라사랑교육에 예산을 쓰느니 참전 유공자 명예수당 등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도 “박 처장의 충정은 알겠지만 너무 오버스럽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김기식 의원이 “국가보훈처가 법이 정한 직무와 관련 없는 이념전쟁 업무를 하고 있다”고 질책하자 박 처장이 “국가보훈기본법에 국민 애국심 함양 업무를 하도록 돼 있다”고 맞서면서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박 처장은 “국방부가 군사적으로 대비하듯 보훈처는 이념(전쟁) 대비를 해야 하는데 예산은 군사 대비 예산(국방부 예산 약 40조)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며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는데도 보훈처에서 추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맞섰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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