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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응 "손톱이 약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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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에게 손톱은 '방아쇠'다. 직구.슬라이더.커브 등 입맛에 맞는 '탄환'을 먼저 장전한 다음, 공이 날아가는 마지막 순간에 검지나 중지의 손톱 끝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차명석(34) MBC-ESPN 해설위원은 "손톱 끝으로 공의 실밥을 어떻게 채느냐에 따라 공의 위력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투수에게 손톱은 관리대상 1호"라고 말한다.

'제구력의 사나이'서재응(26.뉴욕 메츠.사진)이 바로 이 손톱 때문에 9년째 애를 먹고 있다. 18일(한국시간) 플로리다전에선 첫 완봉승을 눈앞에 두고 오른손 검지손톱이 갈라져 7회말 아쉽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다음 등판(23일 뉴욕 양키스전)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서재응에게 손톱 부상은 언제 기습할지 모르는 '복병'과 마찬가지다.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2년간 함께 생활했던 서재응의 형 서재환(28.여수중 야구부 코치)씨는 "재응이는 원래부터 손톱이 약했다"며 "고3 때부터 공을 던지면 손톱이 깨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고교 시절에는 경기가 끝나고 손톱 치료를 한 적도 여러번이었다.

대학에 가서는 더했다. 1996년 당시 인하대 1년생이었던 서재응은 전국체전에서 영남대와 맞붙었다. 선발 등판한 서재응은 7-0으로 앞서가던 4회에 손톱이 갈라지는 바람에 강판됐다. 이후 마운드가 약해진 인하대는 8-13으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서재응에게 매니큐어와 반창고는 대학시절 내내 필수품목이었다. 화장품용 무색 매니큐어를 먼저 바르고, 흰색 반창고를 붙여두면 보호막인 '인조 손톱'역할을 톡톡히 했다.

차위원은 "칼슘 영양제를 복용하고 매일 손톱이 자라지 않도록 손질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며 "메이저리그 강타자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던 제구력이 손톱 때문에 흔들려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파죽지세로 5승을 올린 서재응은 방어율 2.66(내셔널리그 4위), 승률 0.714(내셔널리그 9위)를 기록하며 올스타전 진출까지 넘보고 있다. 한편 김병현(보스턴 레드삭스)은 21일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시즌 3승 도전에 나선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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