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막나가는 美대학 신입생 신고식…눈 위에서 옷 벗기고 기어다니게 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사진=트위터 캡처]

미국 대학에서 아시아계 학생들의 신입생 군기 잡기가 각종 사건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아시아계 학생 클럽의 ‘신입생 신고식’으로 최소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수십 명이 크게 다쳤다. 아시아계 학생클럽은 1916년 백인 학생 클럽에 들어가지 못한 코넬대의 중국인 학생들이 서로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스터디 모임을 구성하기 위해 만든 ‘로 사이(Rho Psi)'가 원조격이다. 이후 백인 학생들의 차별에 시달리던 학생들에 의해 아시아계 클럽은 급격하게 늘어났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아시아계 학생들로만 꾸려진 클럽이 65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계 클럽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신입생 신고식’이나 ‘신입생 벌주’와 같은 독특한 문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서로간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신입생 환영회는 점점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성격으로 변모했다. 선후배간 규율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클럽 내 폭력 사태도 잦아졌다. 신입생 시절 신고식을 당한 학생들이 이듬해 들어오는 신입생들에게 자신과 당한 것 이상의 가혹한 신고식을 치르게 하는 식이었다.

최근엔 2013년 뉴욕시립대(CUNY) 버룩칼리지의 ‘아시안 사교클럽’에서 신고식을 치르다 신입생을 숨지게 한 한인 학생들이 경찰에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이들은 2013년 12월 추운 겨울날 30파운드(14㎏)의 모래 배낭을 짊어진 중국계 신입생 마이클 덩의 눈을 가린 채 운동장을 뛰게 했고, 다리를 걸고 머리를 발로 차는 등 폭력까지 가해 숨지게 만들었다. 덩이 동상에 걸린 채 운동장에 쓰러졌지만 학생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구급차조차 부르지 않았다. 결국 덩은 수십 명의 학생들에게 둘러싸인 채 의식을 잃고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30여명의 아시아계 학생들이 이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엔 뉴욕 최초의 아시아계 연방 하원의원인 그레이스 맹 의원의 남동생 앤디 맹도 포함돼 있었다. 학생들 간의 친목 도모 차원을 넘어 생명에 위협을 가할 정도로 모진 신고식을 계획한 학생들 중 5명에게는 최대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3급 살인 혐의가 적용됐다. ‘마이클 덩 사망 사건’ 이후 버룩칼리지는 해당 아시아계 클럽을 영구 폐쇄 조치하고 교내 동아리의 모든 신고식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시러큐스대의 아시아계 클럽에서는 신입생 선서가 끝난 뒤 학생들을 불러 모아 무릎 꿇고 앉아있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등의 신고식을 치른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 3월 선배들이 신입생 3명을 불러 눈 속에서 기어 다니게 하고 군기를 잡다 동상을 입어 구급차에 실려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