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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언론이 본 노무현號 6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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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盧武鉉) 대통령이 이끄는 '한국호'는 어디로 가는가.

지난해 12월19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사실상 시작된 '노무현 시대'가 6개월을 맞았다. 盧대통령은 당선 직후 인수위를 구성해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제시했고, 지난 2월 25일 참여정부를 출범시킨 데 이어 5월 11~17일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을 만나 외교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그 사이 국제적으론 북한 핵.이라크 전쟁 등이, 국내에선 SK사태에 화물연대 파업, 한총련.전교조 반발, 조흥은행 매각 등 문제가 잇따라 터지면서 盧대통령은 순탄치 않은 시간을 보냈다.

전세계 주요 언론들은 이 기간 노무현 당선에 대한 충격을 시작으로 진보성 정책을 통한 대한 불안, 다양한 계층 반발로 인한 혼란, 실용주의자로의 변신에 대한 기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들을 보여주었다. 이같은 그들의 평가는 열강들에 둘러싸인 한국의 입장에선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요 언론들이 노무현 한국호를 바라 본 시각과 평가들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충격 - 대통령 당선(2002년12월19일)

盧후보의 대선 승리는 세계 언론엔 충격이었다. 국제 정치.외교 무대에선 무명인 데다 진보적 성향으로 선거 얼마전까지만 해도 당선 가능성이 적었었던 그가 대권을 거머쥐게 됐기 때문이다. 대선 직후 盧당선자에 대한 국제적인 평가는 부정적이었고 앞으로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대북 정책을 놓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햇볕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공약한 盧당선자와 북한 핵 개발 중단을 원하는 미.일.중 등과 잘 통하지 않을 것"(12월20일)이라고 보도했다.

경제 정책에서도 친노조 성향의 변호사 활동 경력을 문제 삼아 우려하는 시각이 나왔다.

"노조 변호사로 활동했던 盧당선자의 승리는 경제개혁 추진에 의구심 던져"(더 타임스 12월20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년간 좌익 사상가들과 교류해 온 당선자의 내각 인사에 우려하고 있다"(월스트리트 저널 12월23일) "일부 미국 기업인들, 당선자가 미국이 지지하는 경제개혁을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 12월20일)

◆불안 - 인수위 활동(2002년12월26일~2003년2월21일)

북한 핵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盧당선자와 인수위의 잇따른 발언들을 놓고 해외 언론들은 대부분 불안한 시각을 내비쳤다.

이코노미스트는 1월4일자 판에 "당선자는 취임 초기 밀월 기간을 갖기 마련인데, 盧당선자에겐 해결할 외교.경제적 문제가 산적해 있어 그럴 시간이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햇볕정책의 지속 여부와 대미 관계 향방이 관건이며, 공정한 부의 분배 및 재벌 개혁을 원하고 있지만 실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과 다르게 북한을 바라보는 당선자의 시각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北 위기 고조가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협으로 등장"(1월8일) ,"반미감정이 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것"(1월23일)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외국인들의 투자를 늘리는 것이 취임 이후 한국 경제의 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며 "최근 4년 연속 감소하는 외국인 투자 문제를 간과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盧당선자의 발목을 잡은 북핵 문제는 취임 때까지 사그라지지 않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북핵 위기 해법에서 한.미간의 견해차로 인해 한국 시장은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2월12일), 뉴욕타임스는 "한국이 수도권을 태평양 지역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조성하려고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외국인들은 북 미사일로 인해 낙관하지 못하고 있다"(2월14일)고 각각 보도했다.

취임 1주일 앞두고 터진 검찰의 SK수사는 당선자의 재벌개혁 의지의 시험대로 주목을 받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새 정부의 최대 과제 중 하나는 경제를 저해하지 않으면서 신속한 재벌개혁을 하는 것이며, 정부과 재벌간의 일전이 벌어질 것"(2월24일)이라고 예측했다.

◆시련 - 참여정부 출범(2월말~5월초)

취임 전후 잇따라 터진 대형 사건에 해외 언론들은 참여 정부의 시련을 예고하며 앞다퉈 심층보도를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당선자가 북핵위기.대구지하철 참사.대북 송금.반미 감정 고조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가장 시급한 것은 美와의 관계 개선"(2월 22일)이라며 "특히 당선자가 대북경제 제재와 北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강력히 반대하는 것이 한.미 관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했다.

비즈니스위크는 "대통령은 개혁주의자적 입지가 위태롭게 됐다. 지지자들은 심각한 문제들에 대한 단기적 처방을 우려하고 있다"(5월12일)면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한국 속담까지 인용했다.

SK의 분식회계와 관련, 재벌 개혁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998년 이전 기업 관행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3월14일)고 꼬집었고, 이코노미스트는 "재벌개혁에 대한 노력이 고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3월15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올들어 한국 경제는 유가급등.가계부채.기업회계 스캔들.북핵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책의 불확실성이 이런 분위기를 악화시켰다"(3월19일)고 보도했다.

반면 재벌 개혁의 시점에 우려하는 시각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재벌 개혁은 환영하지만 시점이 적절한지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3월12일)고 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선 파이낸셜타임스가 "정부가 트럭 운전사들의 요구에 굴복한 것으로 보여 다른 노동자들도 비슷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5월16일)고 보도했다.

◆기대 - 訪美 이후(5월 중순~현재)

국내에서는 대통령의 방미 (5월11 ̄17일) 성과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국제사회는 한.미 간의 마찰이 줄어든 점을 크게 환영하며 대통령의 실용주의자 적인 변신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블룸버그통신은 "대통령은 자신이 합리적인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난제들을 실용.현실주의적으로 다룰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그가 현재의 모든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5월9일)이라고 평가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첫 대면한 양국 정상이 (북한 핵과 관련해) 외교적인 노력을 원칙으로 삼겠다고 합의한 것은 의의가 크다"(5월16일)고 높이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도 "한.일 정상의 방미를 통한 경제외교에서는 대통령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며 "뉴욕 월가와 친숙해지려는 노력에서는 盧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에게)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산적한 문제, 특히 SK 사태와 조흥은행 매각 등을 놓고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6일 "SK(주)가 SK글로벌 구제를 지원해주기로 결정한 것은 구제안에 반대해온 외국인 투자자들을 격분시킬 것이다. 비판가들은 SK글로벌 구제안에 대해 한국의 재벌들이 견실한 계열사를 이용하여 부실 계열사를 지원했던 시절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비난해왔다"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워싱턴 포스트도 "盧대통령은 부적절한 금융거래 의혹과 주요 언론과의 불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에 있다"(6월7일)고 진단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블룸버그통신 등은 조흥은행 사태의 경우 "은행 노조와 정부간의 이번 분쟁은 盧대통령에 대한 중요한 시험무대다. 盧정부는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노동자들의 항의에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6월17일)고 보도했다.

이원호.최익재 기자,도움=강영목 KDI 해외언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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