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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없어도 안심하세요…간병부담↓·간호 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가천대 길병원 행정원장 한문덕

과거 라틴아메리카에서 찬란한 문명을 이뤘던 잉카 문명은 감염병인 천연두 앞에 무릎을 꿇었다. 천연두에 면역력을 보유하고 있던 스페인 정복자와 달리 항체가 없는 잉카인에게 빠르게 번졌다.

결과는 치명적이다. 1530년 피사로가 이끈 스페인 군대가 도착했을 때 이미 잉카문명은 쇠락했다. 결국 잉카를 이끌었던 지도자는 천연두로 사망했고, 찬란했던 인류 문명은 역사에서 사라지게 됐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기원전 1350년 히타이트 문명과 이집트 문명의 전쟁은 평화협상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집트 포로에게 시작된 천연두로 히타이트 문명 역시 빠르게 쇠락했다. 비교적 최근인 1918년 발생한 스페인독감은 불과 1년만에 5000만 명이 사망하면서 20세기 최악의 재앙으로 불린다.

이처럼 신종 감염질환은 언제나 보건 분야에서 가장 큰 문제다. 최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넉 달여간의 투병 끝에 퇴원했다. 지난 7월말 정부의 '사실상 메르스 종식' 선언과 함께 이번 메르스 사태도 벌써 국민의 관심사에서 멀어지고 있다.

감염병은 평소 꾸준한 예방적 관리가 중요하다. 예컨대 이번 메르스 사태를 통해 감염병 전파 원인은 무엇이고 또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효과적으로 억제·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메르스가 많은 사람에게 전파된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추가 감염문제다. 감염 초기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한 이후 환자를 신속하게 격리하지 못했다. 또 이동경로를 파악해 추가 감염 우려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특유의 병문화 문화도 메르스 전파에 일조했다. 한 명이 입원하면 가족은 물론 친지·지인 등 여러 명이 병원을 방문한다. 이들을 통해 메르스 2차 감염이 이뤄졌고 다시 이들의 가족·지인에게 전파되면서 3차 감염이 발생했다. 보호자 간병문화도 비슷하다. 물론 환자의 쾌유를 기원하고 격려하는 병문안이나 간병 문화가 반드시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나친 병문안·간병은 환자·보호자·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8월 1일부터 ‘보호자 없는 병원 안심병동’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 발생할지 모를 병원 내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다. 간병인이나 보호자 없이 병원에서 간호사를 중심으로 24시간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에서 재작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는 포괄간호서비스와 유사하다.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 역시 높다.

장점이 많은 포괄간호서비스지만 전국적으로 이를 확대하는데 어려움은 많다. 우선 간호인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렵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영역 다툼도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내년도 시범사업 확대를 위한 예산확보도 여의치 않았던 것 같다.

정부의 시범사업을 확대하면서 본 사업 정착을 기다리는 환자·보호자의 욕구를 충족하면서 제 2의 메르스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병원 스스로 마련한 자구책이 바로 ‘보호자 없는 병원 안심병동’ 사업인 것이다. 이를 위해 길병원은 간호 인력을 충원, 일차적으로 신장내과 6인실 4개 병실 총 24개 병상을 대상으로 보호자 없는 안심병동 사업을 시행중이다.

지난 2개월 여동안 시행한 결과는 성공적이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병원에 상주할 필요가 없어 입원 만족도 높다. 이들의 경제적·시간적·신체적 부담도 덜어준다. 장점은 또 있다. 전문 의료 서비스가 제공해 환자의 회복은 더욱 빨라진다.

2차 감염이나 안전사고 등으로부터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입원 환경은 보다 쾌적해지고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경제적, 시간적, 신체적 부담을 줄여주는 셈이다.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면서 의료진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메르스 이후 병문안 문화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물론 감염병은 의료기관 이나 환자·보호자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이 모이면 앞으로는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이 빠르게 퍼지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가천대 길병원 행정원장 한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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