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제] 한국판 샤일록 연 200% 고리이자 받아오다 국세청에 덜미

중앙일보

입력

샤일록은 안토니오에게 3000다카트를 허벅지 살 1파운드를 담보로 빌려 준다. 빌린 돈을 기일 내에 갚지 못하게 된 안토니오는 생명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고전 명작 베니스의 상인에서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끝없는지 보여주고 있다.

2015년 한국에도 서민을 대상으로 샤일록 뺨치는 고리대금업을 하는 사채업자가 국세청의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에서 영세사업자에게 사업장 운영권을 담보로 연 200%의 고리로 대여하고 이자수입을 차명계좌로 관리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한 사채업자 A씨 얘기다. 그는 궁지에 몰린 영세사업자에게 고리대금을 빌려주고 26억원을 벌어들이면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최근 그의 사무실을 덮쳐 증거 자료를 확보하고 탈루 세금 10억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이 사교육을 조장하는 학원, 불법 고리 이자를 수취하는 사채업자 등 민생침해 탈세자 86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이 특정 조사대상에 대해 사전에 계획을 밝히고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국세청은 12일 불법·폭리 행위로 서민생활을 힘들게 하는 반사회적 민생침해 탈세자를 근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특정 사업자에 대해 기획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사교육을 조장하고 불법 고리 이자를 받는 행위가 민생을 침해하고 세금까지 탈루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민생침해 탈세자 926명을 조사해 8582억 원을 추징했고 올 들어서도 8월 말까지 147명에 대해 851억 원을 추징했다. 이같이 지속적으로 불법·폭리 행위로 서민생활을 힘들게 하면서 세금을 탈루하는 민생침채 탈세자를 단속해도 근절되지 않자 칼을 빼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국세청은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사교육을 조장하는 학원사업자, 불법 고리 이자를 수취하는 사채업자 등 모두 86명에 대한 긴급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A 학원장은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사교육을 조장해 서민생계에 부담을 주면서 고액의 수강료는 현금결제 또는 차명계좌로 받아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포착됐다. B씨는 고리 불법 사채업자다. 그는 자금사정이 어려운 중소기업과 서민을 상대로 고리의 이자를 받아 폭리를 취하고 불법 채권추심행위를 일삼으며 세금을 탈루했다.

유가족을 속인 장례업자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고인에 대한 예우와 격식을 갖추는 장례문화를 악용해 저가의 수입 장의용품을 국산으로 속여 폭리를 취하면서 세금을 탈루했다는 것이다. 가맹점 부담을 전가한 프랜차이즈도 조사를 받게 됐다. 불공정 계약으로 가맹점 수수료, 식자재 대금, 인테리어 비용을 과다 청구하는 등 영세 가맹점에 부담을 주면서 수입금액을 누락한 혐의가 있기 때문이다.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이거나 인체에 해로운 건강기능식품 등을 허위·과장 광고하는 방법으로 폭리를 취하면서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불량식품 제조·유통업자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본인은 물론 관련인 등의 탈세행위에 대해서도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조사과정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장부 등 각종 증빙서류를 파기·은닉·조작한 경우 금융거래 추적조사 및 거래 상대방 확인조사 등을 통해 탈루소득을 끝까지 추적하여 과세하기로 했다. 조사결과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면 탈루세금 추징은 물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된다.

김동호 선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