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 예방 '거꾸로 하트' 그리기 캠페인…결핵 사망·유병률 1위 후진국 불명예, 전염 차단하고 면역력 높여 극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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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결핵협회 홍보대사인 탤런트 공승연씨가 `거꾸로 하트`를 그리고 있다. 공씨는 결핵 예방·퇴치를 위해 재능기부자로 참여해 `행복 나눔 손수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석준]

최근 서울과 대전의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들이 결핵에 집단 감염되는 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해당 산후조리원에 근무하던 간호조무사가 결핵 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은 더욱 컸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결핵이 여전히 위험성이 높은 감염병이고, 언제든 집단으로 발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은 종식됐지만 결핵은 아직 진행형이다. ‘평생 예방’이 강조되는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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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유병률 중국보다 높아

결핵을 쉽게 보는 사람이 있다. ‘요즘 세상에 누가 결핵에 걸리느냐’고 생각한다. 실상은 다르다. 지금도 국내에서 매년 2000명 이상이 결핵으로 사망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결핵 사망자 수는 2013년 2230명, 2012년에는 2466명에 달했다.

새로 발생하는 환자 수도 상당하다. 지난해 기준 총 4만3088명의 국내 결핵환자 중 3만4869명이 신규 환자였다. 2001년부터 지금까지 4만 명대의 전체 환자 수, 3만 명 대의 신규 환자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결핵 유병률이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세계결핵보고서(Global Tuberculosis Report·2013)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결핵 유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4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사망률 역시 인구 10만 명당 5.2명으로 가장 높다. 주목할 부분은 다른 국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유병률 2위인 포르투갈은 30명(사망률 1.3명)에 불과하다. 사망률도 2위인 에스토니아(2.5명)의 2배를 넘는다. OECD 국가 중 25개국의 사망률은 채 1명이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결핵 유병률과 사망률은 중국(104명, 3명)보다 높은 실정이다.

몸속 결핵균 1년 넘게 잠복

결핵은 전염성이 높은 질환이다. 결핵환자가 기침할 때 공기 중으로 배출된 결핵균이 주위 사람들이 숨을 쉴 때 폐로 들어가서 전염된다.

게다가 감기와 혼동하기 쉬워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기도 쉽지 않다. 호흡기질환에서 흔히 나타나는 기침·발열·가래 등의 증상을 동반해 발병 초기에는 감기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실제 결핵환자 상당수가 감기 치료를 받다가 병을 키운다. 결핵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심각한 폐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감기약을 먹어도 낫지 않거나 2주 이상 증상이 계속되면 결핵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대한결핵협회 복십자의원 김은배 원장은 “결핵은 일반적인 호흡기질환 증상과 유사하거나 사람에 따라 증상을 거의 못 느끼는 경우도 있다”며 “감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한다면 가까운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결핵 검진을 받아볼 것”을 권했다. 결핵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은 또 있다. 잠복성이다. 일반적인 감염병과 다른 특징 중 하나다. 결핵균이 몸에 들어오면 바로 병을 일으키지 않는다.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균이 숨어 있어 발병하지 않는 것이다. 잠복 결핵이다. 몸의 면역력이 떨어질 때 비로소 결핵을 일으킨다. 평소 아무런 증상이 없어도 언제든 결핵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결핵 환자 중 50%는 결핵균 감염 후 1~2년 내에 발병하고, 나머지 50%는 잠복 상태로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발병한다.

손수건으로 입 가리고 기침해야

결핵은 백신에만 의존할 수도 없다. 결핵예방접종인 BCG 백신은 국가 필수예방접종에 포함돼 생후 1개월 이내에 신생아 대부분이 접종을 받는다. 하지만 백신을 접종받는다고 해서 결핵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BCG 백신이 결핵 자체의 예방보다 치명적인 결핵을 예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서다. 결핵성 뇌수막염이나 속립성 결핵(결핵균이 폐 전체에 갑자기 퍼지는 결핵)을 예방한다.

따라서 평소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면역력을 키우면 결핵균에 감염된 잠복 결핵이라도 실제 발병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김 원장은 “통상 결핵 감염자의 90%는 평생 결핵이 발병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며 “발병은 면역기전과 연관이 큰 만큼 운동이나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최고의 예방법”이라고 말했다.

우선 감기 증상이 있을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기침할 때는 손수건이나 티슈 등으로 가리는 것이 전염을 막는 방법이다. 손수건이 없다면 손등이나 옷깃으로 입을 가린다. 김 원장은 “생활 속에서 전염성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만으로 상당 부분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잠복결핵 진단법=PPD(Purified Protein Derivative) 시약을 피부에 주사해 48~72시간 후의 피부 반응을 살핀다. 반응 부위가 지름 10㎜ 이상이면 잠복 결핵으로 진단한다. 혈액을 통한 인터페론감마(IGRA) 검사도 잠복 결핵 진단에 유용하지만 비용이 비싼 편이다. 잠복 결핵으로 확인되면 의사 진단에 따라 결핵 약을 정해진 기간 복용해야 한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17일 '행복 나눔 손수건' 만들기 공모전
중앙일보미디어플러스는 대한결핵협회·초록우산과 함께 결핵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손수건을 통한 결핵 예방’을 주제로 대국민 캠페인을 진행한다. 손수건으로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 전파를 막는다는 의미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17일 ‘행복 나눔 손수건’ 만들기 공모전을 진행한다. 하트를 거꾸로 해 건강한 폐를 상징하는 ‘거꾸로 하트’를 손수건에 그리는 행사다.
일시: 2015년 10월 17일 오전 11시
장소: 서울 용산가족공원
대상: 초등학생
접수기간: 2015년 10월 5~14일
접수: www.healthbell.co.kr 02-2031-14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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