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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프랑스를 바꾼 싸움닭, 볼테르의 촌철살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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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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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철학사전
볼테르 지음, 사이에 옮김
민음사, 550쪽
2만5000원

한국 불문학계에 내려오는 관용구에는 프랑스의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이자 작가인 볼테르(1694~1778) 이름을 딴 것이 있다. “에잇, 이 볼테르 같은 놈아!” 말하는 게 신랄하고 싸움닭 같은 성질을 지닌 이를 가리킨다. 반정부, 반체제 인사로 여러 번 감옥에 갔던 볼테르는 핍박 속에서도 타고난 비판정신을 잃지 않고 시대정신 충만한 촌철살인의 말들을 쏟아냈다. 『불온한 철학사전』(1764)은 그의 통렬하면서도 유쾌한 생각 파노라마를 엿볼 수 있는 지적 에세이다.

 “사람들은 역사라면 대부분 검토도 하지 않고 믿게 마련인데, 이 믿음이 바로 편견이다.”(478쪽 ‘편견’)

 “인간이라는 불쌍한 종족은 편협한 정신을 가지고 있어, 잘 다져진 땅을 걷는 사람들은 새로운 길을 가리키는 사람들에게 돌을 던진다.”(405쪽 ‘문인’)

 “통치의 즐거움이란 참으로 대단한 게 틀림없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통치에 뛰어들고자 하니 말이다.(326쪽 ‘통치’)

 ‘간통’부터 ‘미덕’까지 91개 단어를 풀어내는 볼테르의 입심과 창의성은 천부적이다. 1751년부터 30여 년 간 디드로와 달랑베르의 『백과전서』 편찬에 참여한 볼테르의 강력한 지성의 필력은 그를 선배인 미셸 드 몽테뉴(1533~92)나 블레즈 파스칼(1623~62), 동시대인 장 자크 루소(1712~78)와 비교하게 만든다.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형제인 인간을 박해하는 이는 분명 괴물이라며 볼테르는 ‘관용이란 무엇인가?’(515쪽)라고 묻는다. “인류의 속성이다. 우리는 너나없이 약점과 결함을 가진 존재들이다. 그러니 우리의 어리석음을 서로 용서하자, 이것이 첫 번째 자연법칙이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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