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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불 붙은 '교과서 전쟁'…특위까지 출범 vs '장외투쟁 시사'

중앙일보

입력

여권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논란이 정치권을 통째로 접수했다. 8일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도, 양당 내에서 진행되던 내년 공천갈등을 둘러싼 분란도 모두 교과서 논쟁 뒤로 가리워졌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모두 ‘교과서 이념 전쟁’에선 결코 물러나설 수 없다는 배수진을 쳤다.

새누리당은 이날도 ‘국정 교과서’가 아닌 ‘(국민) 통합 교과서’란 용어를 앞세워 여론전을 펼쳤다. 김무성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정통성을 격하하고 오히려 북한을 옹호하는 역사 서술이 만연한 상황에서, 어떤 교과서를 선택해도 긍정적 역사를 배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걸 막고자 하는 게 ‘국민 통합 역사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교과서 국정화의 명분을 ‘국민 통합’이나 ‘비정상의 정상화’에서 찾는 프레임(frameㆍ정책의 틀) 변경 시도다. 김 대표 외에 나머지 최고위원 7명도 모두 현행 교과서들의 문제점을 성토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여론전을 전담할 ‘역사교과서 개선 특별위원회’도 발족시켰다. 김을동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고, 강은희(간사)ㆍ김회선ㆍ박대출ㆍ염동열 의원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모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이다. 원외인사로 조전혁 전 의원,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조진형 자율교육학부모연대 대표 등 보수인사들도 참여시켰다. 조 전 의원은 법원의 명령을 어기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명부를 공개했다 3억여원의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보수 전사’를 초빙한 것 자체가 전의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게 여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 전 의원은 특위 첫 회의에 참석해 “교학사 교과서에도 독재와 친일을 미화하는 문구는 없다”며 “그걸 미화하면 소위 ‘X아이’ 취급 당하지, 이익 볼 일 없다는 걸 (교학사 측도) 알지 않느냐”며 ‘보수 교과서’로 꼽히는 교학사 국사교과서를 옹호했다. 새누리당은 11일 교육부와 당정협의도 연다. 13일 교과서 국정화를 알리는 고시 변경에 앞서 마지막 '작전 타임'이다.

이에 맞서 새정치연합은 ‘장외투쟁’까지 시사하면서 결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야당을 무시하는 정부의 행태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높은 단계의 행동양식이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행동양식’은 장외투쟁이다. 이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장외집회 등을 굉장히 자제해왔지만 ‘강하게 갈 수밖에 없다’는 당내의견이 전해지고 있다”고 했다. 다만 야당 내엔 “한번 나가면 ‘회군(回軍)’이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이 원내대표는 당 국감대책회의에서도 “‘아버지는 군사 쿠데타, 딸은 역사쿠데타’라는 말이 대통령에게 들려주고 싶은 정직한 여론”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자리에선 “교육독재과 식민교육은 (시민을) 신하와 백성으로 전락시키려는 도구”(최재천 정책위의장), “친일을 덮고 유신독재를 미화했던 박정희 군사정권과 같은 시도”(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 라는 비판이 나왔다.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 앞장서 추진 중인 ‘프레임 변경’에 제동을 거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국정 교과서’ 대신 ‘친일교과서’, ‘박근혜 대통령용 교과서’, ‘유신 교과서’ 등의 신조어를 대거 쏟아냈다. 이와 함께 교육부 장관의 고시 변경만으로 국정화 결정이 이뤄질 수 없도록 하는 ‘입법투쟁’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남궁욱·강태화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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