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국정화는 역사 인식 통제” 예산 연계해 저지 검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기사 이미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이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저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이종걸 원내대표. [김경빈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여당의 한국사 교과서 관련 움직임을 ‘국정화’로 규정하고 당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7일 오전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박근혜 정부는 반(反)민주·반(反)역사적 망동을 즉각 중단하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국사학계의 90%가 좌익’이라는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극우적 인식이 자라나는 토양이 바로 박근혜 정부의 역사 뒤집기 시도에 있다”고 밝혔다.

새정치련, 긴급 의총 열고 투쟁 결의
“박근혜 정부의 역사 뒤집기 시도
나치·일제·유신 때나 있었던 일?
오늘 교육부 국감서 추궁 별러

 문재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사 인식을 길들이고 통제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며 “역사 국정교과서는 독일에선 나치 시대에, 일본에선 군국주의 시대에, 우리나라에선 유신 때나 있었고 지금은 북한이 하는 것으로 전체주의 국가에서 했거나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화를 강행하면 유신독재의 향수를 느끼는 유신 잠재세력으로 규정 짓고 저지 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의총에선 정부·여당의 한국사 국정화 추진을 막지 못하면 야당이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을 것이란 목소리가 쏟아졌다.

 당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도종환 의원은 “국정화를 막지 못하면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므로 당력을 총결집해 대응하자”고 강조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인 설훈 의원도 “교과서 국정화는 이미 무덤에 들어가 형해만 남은 것을 정부·여당이 다시 끄집어낸 처사”라며 “우리가 정리하지 못하면 금배지를 달 이유가 없다”고 결사 투쟁을 선언했다. 국회 교문위 소속 유기홍 의원은 “일제에 항공기 선납을 선동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 문제, 만주군 중위 다카키 마사오의 딸인 박 대통령이 자신들의 가계 문제를 덮으려고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는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의 갈등을 물타기하려는 사악한 속셈도 들어 있다”고 했다.

 야당 측은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검인정 체계를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교과서 국정화가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 교육부의 행정고시로 결정되기 때문에 예산안 처리 등과 연계할 방침이다. 국회 교문위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워낙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라 교육부도 하고 싶지 않은데 청와대의 압력이 거세 견디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검인정 체계를 잘 만들면 해결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8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한국사 국정화를 성토할 계획이다. 도종환 의원은 “정부·여당이 교과서를 3가지 정도로 줄이면서 내용이 큰 차이가 없게 만들거나 교과서를 만드는 위원회를 새로 꾸리는 방안 등을 추진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상 국정과 다름없다”며 “국회 일정을 중단하거나 예산 처리를 걸고 싸우면서라도 저지해야 한다”고 했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당 지도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예산안과 연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한국사 국정화 이슈는 진보 학계와 야당 지지자들이 중시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12월 정기국회까지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문 대표의 당내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글=김성탁·위문희 기자 sunty@joongang.co.kr
사진=김경빈 기자

◆관련기사
[뉴스분석] 국정화 대신 ‘통합교과서’ 꺼내든 여권
문재인 “국정화는 역사 인식 통제” 예산 연계해 저지 검토
통합교과서 총대 멘 김무성 “일부 책 주체사상 가르친다”
[단독] 노동신문 보도 게재하고 이승만 비하, 대한민국 건국을 ‘정부 수립’ 격하
주무 장관 황우여 소극적 … 집필 시한 10개월 남아 빠듯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