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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관련 펀드에 9조 몰린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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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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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 금리와 상극(相剋)이다. 채권값이 금리와 반비례해서다. 요즘 채권형 펀드 투자자는 고민이 많다. 채권형 펀드는 채권값이 비싸야 수익률이 올라간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값이 싸져 수익률은 낮아지게 된다. 요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시차를 두고 국내 금리도 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다. 채권형 펀드 투자가 위험하다는 우려는 이런 분석에서 나온다.

국고채금리 최저치 … 채권값은 뛰어
세계경제 낮은 성장률 전망 영향
미국 금리 인상 예고에도 돈 유입

 하지만 시장은 우려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펀드 시장에는 채권 관련 펀드로 자금이 9조원 넘게 들어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5일 기준으로 올해 국내 채권형 펀드엔 3조2816억원이 들어왔다. 채권혼합형 펀드 역시 5조7338억원이나 유입됐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3조3152억원이 빠져나갔다.

 왜 그럴까. 채권값을 결정하는 금리가 내려가고 있어서다. 하반기 들어 하락세로 돌아선 국고채 금리는 계속해서 최저치를 경신 중이다. 3년 만기 국고채는 지난달 30일 연 1.568%를 기록했다. 20여일 만에 종전 최저치(1.674%)를 깼다. 5일엔 만기 5년 이상 국고채 금리가 연 1.72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초 3.7%로 내려가더니 최근 역대 최저치인 연 2.042%까지 떨어졌다. 채권금리의 지표 역할을 하는 국고채 금리가 내려가자 다른 채권 금리도 하락 추세다. 통화안정증권(만기 91일) 금리는 지난달 초 대비 0.038%포인트, 회사채(AA-등급, 만기 3년)는 0.07%포인트 떨어졌다.

 금리 하락은 둔화된 경제 성장세 영향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6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1%에서 2.7%로 낮췄다. 정부 전망도 비슷하다.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성장률은 애초 우리가 예상한 전망치(2.8%)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진한 경제상황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완화 정책을 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채권을 빌려 가격 하락(금리 인상)에 베팅하는 채권 대차거래의 지난달 말 잔량(25조원)은 올해 월평균(29조원)보다 4조원이나 적다. 박동진 삼성선물 연구원은 “경기가 둔화되거나 성장률 목표치가 내려가면 금리가 인하될 것이란 주장이 항상 힘을 얻어왔고 대부분 현실화됐다”며 “향후 채권 금리는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 상황도 영향을 한국 채권 선호를 부추기고 있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및 신흥국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도 금리인상을 미룰 만큼 세계 경기 회복세가 단단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외국인도 국채를 매수하며 한국이 안전자산으로 선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7월 국내 채권 85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8월 1조4507억원, 지난달 1조7906억원어치를 순매수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채권에서 급격히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태근 연구원은 “11~12월은 전통적으로 거래가 줄어 채권 금리가 올라간다”며 “세계 경기 전망이 불확실하니 3년 미만의 단기채와 10년 이상 장기채로 나눠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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