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조 … 시중자금 단기 부동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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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헤매는 돈이 급증하면서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의 수탁고가 사상 최대로 불어나는 등 시중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17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지난 13일 현재 MMF로 몰린 자금은 72조75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간접투자자산에서 MMF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32%에서 최근 36.6%로 치솟았다.

2003년 2월 말 59조원(간접투자자산의 31.3%)까지 늘었던 MMF 수탁액은 같은 해 6월 SK글로벌 채권 파동으로 36조원 수준까지 급감했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급증세로 돌아서 59조8010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 들어 12조원이 늘어난 것이다.

대기성 단기 자금이 몰리는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MMDA)도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주식시장 등으로 빠져나간 자금이 다시 MMDA로 몰리면서 이달 들어 12일까지 MMDA 잔액은 2조4000억원 증가했다. 올 들어 늘어난 MMDA 수탁 규모는 3조4000억원.

시중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환매조건부채권(RP) 등을 통해 조달하는 단기시장성 수신도 올 들어 8조5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은행의 실세 총예금 증가액 5조40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많은 규모다.

반면 장기투자자가 많이 몰리는 채권형 펀드에선 자금 이탈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13일 현재 채권형 펀드 수탁고는 66조1430억원으로 지난해 말(75조8860억원)보다 10조원가량 줄었다.

전문가들은 시중 자금이 단기 금융상품에 몰리는 것은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부동산.주식.채권 시장 등 주요 투자대상마저 활기를 잃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의 이재순 평가조사팀장은 "올해 금리변동으로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크게 흔들리면서 자금이 대거 MMF로 빠져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자금 중 상당부분은 앞으로도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길게는 6개월~1년 동안 부동자금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5일 한은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국내 시중은행장들도 "시중 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MMF 등에 몰려 대기자금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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