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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가격 하락세 시작됐다"

중앙일보

입력

이달부터는 스마트폰을 보다 싸게 구입할 기회가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

단말기보조금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법 이후 소비자들이 단말기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계속 두드러지자 단말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들이 본격적으로 단말기 가격 인하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달 말로 예상되는 애플의 아이폰6S 국내 출시는 기존 단말기의 가격을 내리게 하는 촉진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아이폰6가 출시된 10월 말을 전후로 재고 처리 및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주요 단말기의 출고가를 5만~10만원 인하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 가장 먼저 가격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건 삼성전자의 갤럭시S6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새 프리미엄 스마트폰 ‘V10’출시 예정일인 8일께 85만8000원인 출고가격이 많게는 10만원 가량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 아이폰6의 가격도 곧 내려갈 전망이다. KT관계자는“신제품인 아이폰6S가 나오면 아이폰6를 찾는 고객이 당연히 줄어들기 때문에 재고정리 차원에서 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고가폰부터 중저가폰까지 스마트폰 가격이 도미도식으로 내려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술의 발달로 스마트폰의 성능이 엇비슷해지면서 가격 메리트가 없으면 소비자가 움직이지 않는 ‘가격중심’으로 시장이 변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리미엄급 성능을 갖췄으면서도 가격은 40만원대로 나온 SK텔레콤의‘루나’돌풍이다. 지난달 출시 이후 초기 제작 물량 10만대가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는데 인기 요인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성능 좋은 중가 스마트폰이 고가 스마트폰 수요를 일부 잠식하고, 저가 스마트폰이 같은 이유로 중가 스마트폰을 위협하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가격이 연달아 내려갈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 최근 들어 프리미엄폰의 출고가가 낮아지고 있다. LG전자가 8일 출시하는 V10은 ‘슈퍼 프리미엄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신 사양을 갖췄지만 출고가는 70만원대로 지난 4월 출시한 80만원대의 G4보다 낮다. 삼성전자도 8월 선보인 갤럭시노트5의 가격을 80만원대로 책정했는데 이는 이전 모델인 갤럭시노트4 및 갤럭시S6엣지보다 낮은 것이다. 이렇게 국내 제조사들이 자세를 낮춘 건 최근의 일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 4월 갤럭시S6를 출시할 때만해도 애플의 아이폰6와 똑같게 가격을 책정하며 자존심 대결을 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변하면서 이제는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중가폰의 가격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달 중순부터 강력한 경쟁자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추가 생산에 들어간 루나를 이달 중순부터 판매할 예정이고 LG전자가 제조한 구글의 ‘넥서스5X’도 이달 20일부터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넥서스 5X 는 국내 구글스토어에서 예약 판매를 하고 있는데 16GB버전이 50만9000원, 32GB가 56만9000원이다. 넥서스폰은 비교적 싼값에 구글의 각종 신규 서비스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게다가 프리미엄급 성능을 표방하는 화웨이ㆍ샤오미 등의 중국 스마트폰업체도 중저가 제품을 계속 출시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 부담이 적은 스마트폰을 많이 찾는 현상은 분석 자료에서도 확인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 올해 국내 판매량 상위 10위 안에 든 단말기를 출고가별로 구분한 결과, 출고가 8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폰 비중이 크게 줄었고 중저가폰의 비중은 높아졌다. 조사에 따르면 2012년 판매량 톱10 기종 전체의 96%를 차지하던 프리미엄폰 비중이 올해는 52%로 줄었다. 또한 2012년에는 판매량 톱10에 끼지도 못하던 출고가 38만원 미만의 저가폰이 올해는 18%를 차지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 정연승 연구원은 “판매량 상위 10개 제품 중 2개가 저가폰이라는 것은 스마트폰 시장이 ‘가격 중심’으로 변했다는 얘기”라며 “스마트폰 가격이 내려가는 건 기술의 발달과 맞물린 전세계적인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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