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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하던 일임투자, 은행에 허용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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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금융당국이 국내 자산관리 시장을 재편하는 작업에 나섰다. 핵심은 판매, 운용, 자문 등으로 나뉜 업권별 칸막이를 낮춰 금융회사들이 ‘종합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증권사가 하던 일임투자 업무를 은행이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산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온 ‘프라이빗뱅킹(PB)’서비스를 일반 고객도 받을 수 있게 되고, 금융사도 서비스 수수료를 받아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금융당국, 자산관리시장 재편 추진
은행·보험·증권 칸막이 낮춰
통합자산관리 서비스 도입 유도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5일 열린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 작업단(TF) 회의에서 “국민이 각자 자주 이용하는 가까운 금융회사의 점포에서 원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범위에서 금융업권의 벽을 허물고 상품과 서비스를 통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위원장이 이런 개선 방향을 제시한 건 저금리·고령화 시대를 맞아 전문적인 자산관리 서비스 수요는 늘고 있지만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사 등이 모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광범위한 점포망을 가진 은행은 신탁을 통한 금융상품 판매에만 주력하고 있고, 증권사는 자산관리보다는 주식매매 회전율을 높여 단기 수익을 끌어올리는데만 열중하고 있다. 또 자산운용사와 독립 투자자문사는 고객 접점이 없어 독자적인 서비스가 어렵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보험·증권의 업권 칸막이를 낮춰 ‘통합자산관리 서비스’ 도입을 유도하는 한편 온라인 자문업 도입, 펀드 판매 채널 확대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에 일임투자 업무를 허용하는 것을 포함한 다양한 영업 규제 완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임투자는 금융회사가 고객의 위임을 받아 계좌별로 투자자산을 대신 운용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업무다. 증권사가 판매하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가 대표적이다. 투자성향과 목표 수익률에 따라 주식, 펀드, 채권, ELS(지수연계증권) 등 다양한 자산을 구성해주는 게 특징이다. 저금리 장기화에 은행 정기예금은 줄어드는 반면 이같은 투자상품을 찾는 사람은 최근 급증하고 있다. 7월말 기준 일임형 랩어카운트 잔액 91조원 중 올 들어 유입된 자금만 2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같은 ‘칸막이 낮추기’가 현실화할 경우 업권별로 이해관계가 맞부딪히면서 상당한 논란도 예상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막강한 점포망과 인력을 가진 은행이 자산관리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기존 증권사나 운용사, 자문사 등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렇지 않아도 은행에 편중된 국내 금융시장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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