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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구조본 폐지"…계열사 독립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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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SK그룹은 18일 그룹체제의 핵심조직인 구조조정본부를 즉시 해체하고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를 강화한다는 내용의 '기업구조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SK그룹은 SK라는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독립기업 네트워크로 탈바꿈하며, 구조본이 수행하던 계열사 간 업무조정은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양대 주력사업에서 사업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SK㈜와 SK텔레콤이 분담하게 된다.

SK㈜는 에너지.화학 계열기업군의 모회사로서 투자기업들을 관리하고, SK텔레콤 역시 정보통신 계열의 투자기업을 관리한다.

또 손길승 SK그룹 회장은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하되 계열사 사장들의 모임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장으로서 SK 브랜드와 기업가치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맡게 된다. SK글로벌 정상화추진본부는 SK글로벌 문제에 대한 그룹차원의 활동이 마무리되는 대로 해체할 예정이다.

한편 SK는 핵심 주력사업인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중심의 업종 전문화된 사업구조로 재편하기로 했다. 독자생존 기반이 없는 사업은 정리해 현재 59개인 계열사수를 지속적으로 줄일 계획이다.

SK그룹 홍보실 이노종 전무는 "중장기적으로 사업지주회사 체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바뀌나=SK 측은 '독립기업 연합체'로 바뀌더라도 그룹회장이란 직책은 존속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금과 인사권을 가지고 그룹을 통제하던 구조조정본부가 해체됨으로써 그룹 결속력은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SK 관계자는 "기업문화와 SK 브랜드를 공유할 뿐 계열사라고 해서 거래를 더 많이 한다거나 값을 더 쳐줘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도 최소한의 계열사 조정업무만 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오너인 최태원 SK㈜ 회장의 권한이 크게 축소된다.

그동안 재벌그룹 오너들은 구조본의 도움을 받아 계열사의 현황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계열사 사장의 능력을 평가하는 경영감시자 역할을 수행해왔다.

또 구조본의 지원을 통해 그룹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 비전을 제시하고, 계열사들의 역량을 결집해왔지만 구조본의 해체로 이런 기능들이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왜 기업 구조 바꾸었나=SK 측이 기업구조 개혁방안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SK글로벌에 대한 계열사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졌기 때문이다.

8천5백억원의 출자전환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SK㈜ 이사들이 격론을 벌였고, 2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보장해주기로 한 SK텔레콤의 이사들도 '확약서'제출을 사실상 거부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SK㈜의 대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과 헤르메스를 비롯한 소액주주, 노동조합 등도 크게 반발했다. SK㈜가 18일 오후 일반주주들을 상대로 SK글로벌에 대한 출자전환의 타당성 등을 설명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새로운 형태의 '재벌 실험'=SK의 독립기업연합체는 LG그룹의 지주회사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재벌체제 대안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로써 4대 그룹은 각기 다른 형태의 기업구조를 갖게 됐다. 현대자동차도 자동차전문그룹을 표방하고 있으며, 유일하게 삼성만 과거의 재벌체제에 가까운 형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재계 일각에선 "SK가 바뀜으로써 삼성이 상당히 부담스러워졌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업 구조는 정답이 없으며, 서로 다른 기업시스템이 경쟁할 여건이 조성됐다는 견해도 있다.

김영욱.정현목 기자

*** 바로잡습니다

19일자 E1면 'SK구조본 폐지' 기사 그래픽 중 최태원 SK㈜ 회장의 SKC&C 지분율은 30%가 아니라 44.5%이기에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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