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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계 軍費 절반 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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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9.11테러의 여파로 지난해 세계 군비(軍費)총액은 예년 비율의 두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 추세는 미국의 국방비 지출이 급팽창한 결과여서 '미국 대 유럽 및 나머지 세계'사이의 군사력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게 됐다고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17일 밝혔다.

SIPRI는 이날 발간한 'SIPRI 2003년 연감'에서 "2002년 세계 군비 총액은 7천9백40억달러(약 9백63조원)로 전년에 비해 6% 증가했다"고 밝혔다.

세계 1위의 군비 지출국인 미국은 군사력 혁신과 테러와의 전쟁을 추진하며 전년에 비해 10% 늘어난 3천3백60억달러를 지출, 세계 전체의 4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앨리슨 베일스 SIPRI 소장은 연감 서문에서 "수퍼 파워의 영향력을 적극 추구하는 미국이 지난 18개월간 세계 안보 개념을 지배했다"며 "적국은 물론 동맹국들까지 미국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 나머지'=미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첨단 신무기 조달사업비를 7백80억달러 늘린데다 추가로 6백20억달러의 이라크 전비까지 지출, 세계 군비 지출의 50%를 뛰어넘게 된다.

이는 지난해 2위인 일본의 10배며 상위 15개국 중 나머지 나라를 모두 합한 지출을 넘는 압도적 규모다. 게다가 첨단무기 구매와 연구.개발(R&D)예산 분야의 격차는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에서 2002년 사이 미국은 첨단 전투기 등 재래식 무기와 신무기 구입을 위한 지출을 26% 늘린 데 반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소속된 서유럽 국가 전체의 장비 지출은 3% 줄었다. 미국 대 유럽연합(EU)의 군사 R&D 투자도 4대1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지역별 군비 지출을 비교하면 중동지역이 국내총생산(GDP)의 6.3%를 지출, 세계 평균 2.3%보다 훨씬 많았으며 아프리카.아시아.서유럽은 각각 2.1%.1.6%.1.9%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미국.캐나다는 GDP의 3%를 지출했다.

◇한국은 10대 군비지출국=미국과 세계 여타 국가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도 두드러졌다. 두 나라는 지난해 군비 지출을 각각 12%, 18% 늘렸다.

SIPRI는 "러시아는 최근 방위산업체의 기술력 정비 및 군개혁 분야에 지출을 확대하고 있고, 중국도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의 지난해 군비 지출은 국내 물가수준을 반영한 구매력기준 환산치(PPP)로는 1천4백29억달러로 평가돼 세계 2위가 되는 셈이다.

중국은 또 지난해 세계 무기수입의 14%를 차지, 최대 무기수입국이 됐다. 무기수출국으로는 러시아가 지난해 48억달러를 수출, 미국을 제치고 최대 무기수출국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2002년 1백35억달러의 군비를 지출, 세계 10위권 안에 진입했다.

◇무인전투기 등 첨단 군비투자=SIPRI는 아프가니스탄전과 이라크전에서 미국이 무인정찰기(UAV) 프레더터를 실전배치하면서 향후 10년 내 무인항공기의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은 무인전투기(UCAV)까지 개발,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SIPRI는 또 이라크전에서 정확성을 입증한 크루즈 미사일과 같은 지상 공격용 정밀 미사일 기술도 더욱 널리 보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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