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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신용불량자 대책] 연체액 따라 '맞춤'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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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신용불량제도를 개편하기로 한 것은 3백만명에 이르는 신용불량자 문제가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또 신용불량자로 인한 사회 불안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용불량자들의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막기 위해 원금 탕감이나 신용 사면은 하지 않기로 했다.

◇어떻게 바뀌나=현행 신용불량자 제도는 연체금액이 얼마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30만원을 3개월만 연체해도 신용불량 딱지가 붙는다. 신용불량이란 이유로 취직조차 힘들다.

또 연체 금리가 연 20%대를 넘어 웬만해선 빚을 갚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한번 신용불량자가 되면 헤어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정부는 5백만원 이하의 신용불량자 1백만명을 치유 대상으로 잡았다. 과거 금융권에서 연체자를 ▶주의 거래처 ▶황색 거래처 ▶적색 거래처로 나눴던 것처럼 ▶5백만원 이하 ▶5백만원 초과~2천만원 이하 ▶2천만원 초과 등 세 단계로 나눠 신용불량자를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중 5백만원 이하 연체자에 대해 갱생 기회를 최대한 주겠다는 생각이다. 이들에겐 은행들이 연체 금리를 물리지 않고 일반 금리를 적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정부는 또 은행연합회의 관련 규정을 고쳐 이들이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고 카드를 사용토록 유도할 생각이다.

신용회복의 다른 한 축은 갱생 프로그램이다. 노동부의 취업 알선 프로그램과 연계해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취업을 하고 매달 월급의 일정 금액을 자동적으로 갚도록 하면 5백만원 이하 연체자들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신용불량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체금을 부실채권처럼 처리=신용불량자 중 여러 금융회사에 빚을 지고 있는 다중 채무자들은 채무조정이 쉽지 않다. 어느 한곳이 빚을 깎아주더라도 신용불량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는 다중 채무자에 대해선 기업 부실채권 처리 방식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부실채권들을 한 곳에 모으고, 이를 담보로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부실채권을 사들인 자산관리회사가 신용불량자들을 상대로 별도로 빚을 회수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 일부 증권사의 주도로 은행들이 출자하는 자산관리회사 설립이 추진되고 있으며, 자산관리공사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방식에 따르면 개인들의 부실채권이 자산관리회사에 팔리기 때문에 은행연합회에 집중되는 신용불량기록도 없어진다.

해당 금융회사만 기록을 갖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이 회사에 빚을 갚고 나면 당초 빚을 갚지 못했던 금융회사가 아닌 곳을 상대로 금융거래를 재개할 수도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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