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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존 베이너 하원의장 전격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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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 [사진 AP=뉴시스]

미국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10월 말 의장직을 물러난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CNN에 따르면 베이너 의장은 동료 공화당 의원들과의 비공개 회동을 통해, 애초에 자신은 연임까지만 한 뒤 의장직을 당시 에릭 켄터 하원 원내대표에게 물려줄 생각이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임기 중 가장 중요한 순간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의회를 방문한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베이너 의장은 1949년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술집을 운영하는 부모의 일을 돕는 등 노동계층 출신으로 미 의회의 최고위직까지 오른 인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1985년 오하이오 주 하원의원 당선, 1990년 연방 하원의원 당선 후 연임 가도를 이어가며 정치인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으며, 올해 초 하원의장 3연임에 성공한 입지전적의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강경 노선을 고수하는 공화당 보수파 사이에서 입지를 잃고 리더십을 상실한 것이 결국 사퇴로 이어졌다.

베이너 의장이 중도 사퇴를 결정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낙태 찬성단체인 ‘가족계획협회’에 대한 예산 지원 중단 논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 또한 베이너 의장이 ‘가족계획협회’ 예산 지원 중단 문제를 둘러싸고 공화당 강경파로부터 극심한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공화당 강경파는 그간 연방전부 업무정지(셧다운)을 감수하더라도 ‘가족계획협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베이너 의장은 지원 중단이 2016년 대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이 뿐만 아니라 정권 후반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며 베이너 의장의 리더십은 끝없이 추락했다. 특히 지난 17일 이란 핵합의가 의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를 무력화하는데 실패하며 입지를 잃고 ‘식물 의장’으로 전락했다.

베이너 의장의 사태에 대해 “자신이 설 자리를 잃고 반란을 당하기보다는 스스로 물러나는 쪽을 택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베이너 의장의 퇴진으로 공화당의 위기가 가속화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강경 보수파들의 극단적인 목소리가 커질 경우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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