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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공천 화약고 TK … 친박 눈도장 찍기 바쁜 의원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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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요즘 대구 국회의원들이 친박단체 행사에 찾아다니느라 바쁜 거 알아요?” 추석을 앞둔 24일 대구 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가 이렇게 말했다.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 방문 뒤 뒤숭숭해진 분위기를 전하면서다.

박 대통령 방문 뒤 뒤숭숭
참모들 동행, 의원은 빠져
지역 언론들 “물갈이 의지”
유승민에겐 이재만 도전장

 박 대통령은 당시 자신이 내리 4선에 성공한 달성과 대구 민심의 중심인 서문시장을 찾았으나 이 지역 의원은 단 한 명도 동행하지 않았다. 대신 대구·경북(TK) 출신으로 이곳에서 20대 총선 출마가 거론되는 수석·비서관 4명이 함께했다. 안종범 경제수석, 신동철 정무·안봉근 국정홍보·천영식 홍보기획 비서관 등이다. 대구 지역 언론에선 “대통령의 대구 지역 ‘물갈이’ 의지가 반영됐다”는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지난 7월 박 대통령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를 ‘배신’으로 낙인찍어 물러나게 한 뒤 대구 지역에 떠돌던 불안한 기운이 ‘현실’이 됐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대구 의원들이 친박단체 행사에 뛰어다니며 친박계와의 관계 회복을 꾀하느라 부산한 건 그 때문이다.

 여야가 1차 국정감사를 마감하고 총선 룰을 정하는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새누리당의 ‘화약고’로 불리는 TK 지역은 술렁대고 있다.

 TK는 새누리당의 텃밭이자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김무성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내세우며 전략공천을 반대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 주변 인사들은 적어도 TK에서만큼은 대통령의 영향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의원은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 주변 사람들이라고 정치 못하는 건 아니다. 나름대로 여론 수렴을 거치면 되고 우리 당은 충분히 국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당”이라며 전략공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 주변의 한 재선 의원은 “친박계가 김 대표 흔들기에 나서는 최대 목표가 TK 공천권 확보라는 걸 알고 있다”며 “TK에서 전략공천이나 컷오프 등을 따내려고 오픈프라이머리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선 벌써 공천 경쟁이 시작됐다. 요즘 TK 지역에서 주목받는 곳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김부겸 전 의원이 경쟁하는 대구 수성갑이 아니라 유승민 의원의 대구 동을 지역구다. 안봉근 비서관의 대학 선배인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지역 언론들은 앞다퉈 여론조사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22일 사표를 낸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권은희(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대구 북갑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이곳에서 뛰고 있는 경쟁자는 7~8명에 달한다. 성폭행 혐의로 16일 국회 윤리위 징계소위에서 제명안이 가결된 심학봉(무소속) 의원 지역구인 경북 구미갑엔 광역단체 유일한 여성 부지사인 이인선 경북 경제부지사가 조만간 사표를 내고 공천 싸움에 뛰어들 예정이다.

 청와대와 김 대표 측 사정에 두루 밝은 한 의원은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공천 과정에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화합하는 게 필수”며 “TK 공천은 당의 화합상을 보여 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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