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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전공의 벽 허물어 천지창조형 인재 키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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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융복합을 미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필수 선택으로 인식한다. 이에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하는 전공을 섞은 ‘융복합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예술+경영 전공 등 늘고
이질적 학과 모은 '제3 학부'도
현장실무 도움 '교양 과목'은 강화

'융복합교육' 대학가 화두로

요즘 한국 대학들의 화두는 ‘융복합 교육’이다. 대학들이 교육에서 학과나 전공의 벽을 허물고 있다. 기존대로 하나의 전공만 가르쳐서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로 다른 영역·계열에 속하는 전공들을 섞은 새로운 수업이나 학과·학부가 속속 생겨난다. 가령 ‘문화예술경영 전공’ 같은 것이다. 기존의 대학에선 예술대학과 경영대학의 경계가 뚜렷했다. 문화예술경영에 관심 있는 고교생이라면 이전엔 예술대학이나 경영대 중 하나를 선택해 진학해야 했다. 나머지 하나를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으로 들을 순 있지만, 경영과 예술 간의 연계성을 찾아내는 것은 대학이 아닌 학생의 몫이었다.

 대학가에선 융복합을 미래 사회에 대학이 적응하기 위한 필수적 선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회는 이미 융복합적 속성을 띄는 산업과 현상들이 넘쳐나고 있다.

 김용승 가톨릭대 교학부총장은 “이제 하나의 기존 학문 분야 지식만으론 창의성과 문제해결 능력을 요구하는 사회 문제를 풀기 어렵게 됐다. 대학의 핵심 기능은 연구와 교육인데, 연구에선 일찌감치 학문 영역을 넘나드는 학제간(interdisciplinary) 연구가 자리잡았다. 연구의 융복합이 이제 교육으로 확산되는 것”이라 말했다. 서혁 이화여대 교무처장도 “기존의 부전공이나 복수전공제 하에선 대학이 이미 짜놓은 교육과정을 학생이 제한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융복합은 교수들이 미래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학문 분야나 사회 수요를 파악해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를 학습할 수 있게끔 교육과정을 새롭게 체계화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융복합의 구체적 변화는 몇 가지로 유형화 할 수 있다. 학문간 연계성이 높은 기초 교육이나 연구방법론을 튼실하게 공부 하는 자유 전공 학부를 확대하는 대학이 있는가 하면(이화여대·연세대), 인문학·사회학·공학에 속하던 전공들을 서로 엮은 융복합 전공 과정(한양대·서강대·건국대·중앙대·명지대·동서대·충북대)을 만드는 대학도 있다. 일부 대학은 그 동안은 매우 이질적으로 보이던 학과들을 모은 제3의 학부나 단과대학·대학원을 신설한다(숭실대·인천대).

 이런 결과로 대학가에선 그동안 볼 수 없던 새로운 현상들이 출연한다. 대학이 특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인문사회학과 자연과학이 소통하는 포럼을 개최하고(성균관대), 이공계열이 주로 참여 하던 산학합력과 현장실습에서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아진다(가톨릭대). 전공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고 다른 학과 수업도 전공 학점의 일부로 인정해 준다(가천대).

 교양 과목 전담 기구를 강화하고 교양 과목 수를 대폭 늘리는 대학들(동국대·서울시립대)도 눈에 띄고 있다. 정규 학기가 아닌 방학에 ‘3D 콘텐츠 제작역량 강화’ 등 현장 성격이 강한 워크숍을 연다(세종대). 학기 중에 배우기 어려운 내용 위주로 방학에 취업캠프를 열어 전문 분야의 용어를 가르치고 실습 경험 기회를 제공한다(수원대).

 융복합 전공들은 취업 분야를 뚜렷이 설정하고 학생들에게 취업에 핵심적인 역량도 가르친다. 모바일 등 공학 계열 학과를 국제학부에 포함시키고 국제 취업을 위해 수업을 영어로 하며(단국대), 외교관 또는 국제기구 진출을 정조준하고 언어와 외교·통상을 가르친다(한국외대). 공학 계열 교육을 강화 하기 위해 이 분야에 경쟁력이 있는 다른 대학과 적극 학술교류에 나서기도 한다(숙명여대). 1차산업으로 분류되던 분야의 인재를 키워내며 2차(제조업), 3차(서비스업) 산업의 역량을 강화해 이른바 ‘6차 산업’(1·2·3차 속성이 복합된 산업) 전문가로 길러낸다(삼육대).

 융복합을 강화하는 대학은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는 데도 유리할 수 있다. 교육부의 배성근 대학정책관은 “교육부가 추진 하는 대학특성화(CK),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사업 등은 미래의 융복합 수요에 맞게 교육과정이나 학사제도를 개선하는 대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대학구조개혁 역시 공급자인 대학이 수요자인 학생 입장에서 교육의 질을 높여가게 유도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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