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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발전목표는 각국이 스스로 만든 어젠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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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5호 6 면

조모 콰메 순다람(사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사무차장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새천년개발목표(MDGs)와 달리 모든 나라가 참여해 스스로 만든 어젠다”라며 “다소 방대한 느낌이 있지만 각국이 주도적으로 목표를 이행하면 큰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출신의 경제학자로 개발경제 분야의 유엔 고위직을 수년간 맡아 온 그를 최근 서울에서 만났다.


-SDGs에 대해 말하기 전에 MDGs의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세계은행에 따르면 MDGs의 빈곤율 감소목표는 2010년 이전에 이미 달성됐다. 아주 인상적인 성과다. 다만 FAO에선 기아 인구가 절반으로 줄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빈곤을 반 이상으로 줄였는데 기아는 그만큼 줄지 않았다면 뭔가 잘못됐다고 봐야 한다. 우리가 서로 다른 현상을 측정하고 있거나 통계 수치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 MDGs는 지속가능 여부에 대한 고려가 별로 없었다. SDGs는 다르다.”


-MDGs 달성의 큰 부분이 중국에서 나왔다. 유엔이 잘한 건가, 중국이 경제정책을 잘 쓴 건가.“빈곤과 기아 퇴치의 상당 부분이 중국의 업적이다. 유엔은 각국 정부에 더 잘하라는 압박을 할 뿐이다.”


-SDGs가 너무 방대하다는 지적이다.“SDGs와 상관이 없는 나라가 없다. 그들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MDGs에 대해선 그렇게들 생각하지 않았다. MDGs는 위에서 내려온 어젠다였다. 중요한 것은 어젠다가 많고 적고가 아니라 각 국가가 주도적으로 책임감 있게 목표를 이행하는 것이다.”


-SDGs 가운데 특히 한국이 신경 써야 할 것이 있나.“지난 40년간 한국은 노동환경 측면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 다른 나라에 이런 발전 노하우를 전파할 필요가 있다. 이번 서울 방문에선 박물관에 가서 한국의 역사를 배웠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뒤 식량안보에 대한 칙령을 발표했더라. 무려 600년 전의 일이다. 식량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


-무역 자유화가 개발도상국에 반드시 좋은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효율적인 생산자가 생산해야 한다는 게 자유무역인데 그러면 후발주자는 돈을 벌기 힘들다. 한국의 경제 성장과 같은 방식을 나는 ‘EP con EP(effective protection conditional on export promotion)’라고 부른다. 기업에 특정 제품 생산을 주문하고 지원해 수출을 장려했다. 이런 방식으로 후발주자인 한국이 성공할 수 있었지만 극소수의 나라에서만 가능하다. 리카르도는 1820년대에 자유무역 이론을 내놨지만 그것이 영국의 정책이 된 것은 영국 상품이 경쟁력을 갖춘 1840~5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미국도 19세기까지 폐쇄적이었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적 지위가 공고해지자 비로소 자유무역을 강조했다.”


-민간의 빈곤 퇴치 이니셔티브는 어떻게 생각하나.“좋은 민간 개발 지원단체가 많이 있다. 일본의 한 자원봉사단체는 인도 동북부에서 1년만 봉사한다더니 벌써 15년을 하고 있다. 기부가 아니라 빈곤 퇴치 방법을 가르쳐 주는 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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