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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광장] 통합대국 위해 제 7공화국을 열자

중앙일보

입력

이제 바꿔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제7 공화국을 열어야 한다. 우리는 제 6공화국 체제에 살고 있다. 6공화국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물이다. 6월 민주항쟁은 개헌에 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합의 내용은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 두 가지다. 최소 민주주의를 보장하고 1노 3김, 즉 지역 간 순환 집권의 길을 열어 놓은 것이었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련된 많은 헌법 조항과 제도들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6공화국 체제는 이제 한계에 달한 듯하다. 이 체제로 우리가 지금 겪는 어려움을 넘기 힘들어 보인다. 우리 경제는 생산 인구의 감소와 노령화ㆍ부채 급증 등에 따른 성장의 정체 속에 있다. 어려움을 이겨내야 할 정치는 동서ㆍ남북ㆍ상하ㆍ좌우ㆍ안팎으로 갈라져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패권국가라고 불리는 나라들이 있다. 대개 칭기즈칸의 몽골과 네덜란드ㆍ대영제국ㆍ미국이 그들이다. 칭기즈칸이 몽골을 통일했을 때의 인구가 100만 명 정도였다. 몽골이 세운 원나라는 전 세계 면적의 17%, 1억1000만 명을 통치했다.

패권국 네덜란드의 인구는 200만 명 정도였다. 이 인구로 세계의 경제 교역을 장악했다. 1625~1675년 네덜란드는 패권적 질서를 구축했다. 이 시기 세계 2만 여 척의 무역선 가운데 1만5000 여 척이 네덜란드 선박이었다. 대영제국은 1815~1914년 전 세계 면적의 25%를 지배했다. 당시의 인구는 3000만~4000만 명 정도였다.

미국의 인구는 3억1000만 명. 세계 인구의 4%다. 이 4%로 세계 72억 명의 패권국이 됐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는 인구와 면적 면에서 아주 작은 나라다. 이 나라가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 패권국가가 되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다. 과학 기술의 선점, 물류와 이동 수단의 장악, 관용과 포용의 정신 등이 패권국가의 구성 요소다. 또 다른 하나는 ‘최고의 정치 체제’다.

칭기즈칸은 전 국민을 ‘천호제’라는 제도로 조직화했다. 천호제는 10명을 최소 단위로 하는 조직이다. 이 10명을 출신 신분ㆍ지역ㆍ민족에 상관없이 구성한다. 그리고 다시 100명, 1000명으로 확대한다. 이 제도는 씨족 사회, 부족 사회에 머물러 있던 몽골을 변화시켰다. 동시에 노예ㆍ평민ㆍ귀족으로 이루어진 중세의 엄격한 신분제를 뛰어넘었다.

네덜란드는 1579년 건국 헌장에 ‘종교의 자유’를 포함시켰다. 이 조항 하나로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가 됐다. 중세의 종교적 광신을 피해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가지고 피난을 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몰려든 부를 ‘주식회사’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도로 조직화했다. 또 증권 거래소와 선물시장을 비롯한 금융제도를 확립했다. 영국은 명예혁명을 통해 ‘입헌 군주제’를 만들어 냈다. 입헌 군주제는 절대 군주제라는 역사상 가장 오래된 통치 제도를 깬 혁명이었다. 왕권과 의회의 권력이 공존하는 이 제도는 현대까지 지속되는 앞선 정치 체제다.

미국은 대통령제를 발명해 냈다. 목표는 전 세계 이민자들이 모인 신생 미국을 통일 국가로 만드는 것이었다. 대통령과 부통령, 상원과 하원, 분권과 집권, 3권 분립 등의 정교한 국가 통합 제도로 이민자들은 분열과 갈등을 극복했고, 그 힘으로 패권국가로 성장했다.

패권 국가들은 인류의 큰 전환점에서 변화를 주도하며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혁명적 정치 제도와 통합적 체제가 원동력이었다. 불행하게도 패권국들이 등장할 때 마다 우리는 식민지가 되거나 전쟁의 불행을 겪었다. 칭기즈칸이 등장할 때에는 부마국이 됐고, 네덜란드가 패권국이 되는 대항해시대에는 그들의 선진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에 의해 임진왜란을 겪었다. 영국이 주도하는 제국주의 시대에도 우리는 식민지가 됐다.

지금은 한국 전쟁을 겪고 분단이 된 상태다. 변화의 흐름을 읽고 단결해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합적 제도를 발전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새로운 공화국이 필요하다. 통합의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안팎으로 갈라진 국가와 민족을 하나로 담아내야 한다. 우리가 처한 어려움을 넘고 새롭게 도약할 힘을 모아야 한다. ‘제7 공화국-통합 대국’을 열어야 한다.

최문순 강원도 지사

최문순
1956년 강원도 춘천 출생. 강원대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MBC대표이사, 제13대 한국방송협회장, 제18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하고 2014년 강원지사에 연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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