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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세계인 홀릴 감수성 있어 … ‘매력 코리아’ 국가 주도여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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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가의 힘을 말할 때 흔히 군사·경제력 같은 하드파워와 문화·교육 같은 소프트파워를 구분한다. 하드파워가 강제력을 가리킨다면 소프트파워는 이해·동감으로 자발성을 갖게 하는 영향력이다. 매력도 언뜻 보면 소프트파워와 비슷하다. 다만 매력은 권력이라는 개념과 거리가 멀다.

매력 코리아 리포트 <1> 우리가 가진 강점들
매력, 상대 인정하는 자연적 끌림
문화 주입하는 소프트파워와 달라

 소프트파워는 상대를 바꾸겠다는 의도로 국가가 정책적인 육성 전략을 취한다는 점에서 인위적이다. 반대로 매력은 자연스러운 끌림이다. 마치 태양·지구·달이 고유의 성질을 잃어버리지 않고 서로를 끌어당기며 공전하는 것과 같다. 강대국의 문화·이데올로기를 주입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인력’으로 상대의 다양성을 인정하며 공동 번영하는 ‘공존의 힘’이다.

 미국의 학문과 고등교육,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대중문화는 패권적 질서 아래 세계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런 소프트파워는 미국이 국가적 패권을 유지하는 중요 수단이다. 중국과 일본도 유사 전략을 취한다. ‘중국몽(中國夢)’과 ‘쿨 재팬(Cool Japan)’은 군사·경제력을 바탕으로 자국의 문화를 다른 나라에서 수용하게 한다.

 하지만 우리의 ‘매력 한국’ 만들기는 국가 주도여선 안 된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동서 문화가 교차하는 역사를 경험한 한국인의 DNA에는 세계인의 마음을 홀릴 수 있는 지적 능력과 감수성이 있다. 잠들어 있는 매력이 제대로 발현될 수 있도록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 매력을 깨우는 일은 시민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중앙일보와 경희대는 빅데이터 4872만 건을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일반 시민과 대학생, 외국인 유학생 등 4500여 명으로부터 설문조사와 소셜픽션(사이언스픽션처럼 자유로운 상상으로 미래를 논의하는 집단토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들었다. 아울러 국회의원과 장관, 최고경영자(CEO) 등과 외국 대사·석학 150여 명을 인터뷰했다. 의견 수렴을 통해 대한민국의 매력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 수 있었다. 고민의 여정과 결과를 지면을 통해 소개한다.

정진영 경희대 부총장(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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