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쪽대본, 초읽기 촬영은 없다 … 영화처럼 미리 찍은‘디데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18일 첫 방송하는 재난 메디컬 드라마 ‘디데이’(JTBC, 금·토 오후 8시30분)는 현재 14·15회 분량을 촬영 중이다. 전체 20부작 가운데 약 80%를 사전제작하는 셈이다. 촬영은 일찌감치 5월에 시작했다. 내년에 방송할 송혜교·송중기 주연의 휴먼멜로 ‘태양의 후예’(KBS·16부작), 이영애·송승헌 주연의 시대극 ‘사임당, the Herstory’(SBS·30부작, 이하 ‘사임당’)는 아예 100% 사전제작이다. 각각 6월과 8월부터 촬영 중이다. 국내 드라마 제작이 워낙 다급하게 진행돼 ‘생방송 드라마’란 말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단연 눈에 띄는 움직임이다. 사전제작을 통해 드라마 완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시장, 특히 중국시장의 새로운 제도가 변수로 작용한 결과다.

 이 중 ‘디데이’는 서울에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하는 초유의 상황이 배경이다. 긴급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론이 서로 다른 두 의사(김영광·하석진)를 비롯, 생명을 구하려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 얘기가 중심이다. 국내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소재라 제작 난이도가 높은 데다, 재난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CG(컴퓨터 그래픽)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제작을 진행했다. 연출자 장용우 PD는 “CG는 시간과 돈”이라고 말했다. 고품질의 CG에는 비용만 아니라 후반작업 시간이 절대적이란 얘기다. 15일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맛보기 영상에는 남산타워·국회의사당 같은 상징적 건물이 지진 피해를 입은 장면도 등장했다.

 이름난 한류스타들이 등장하는 ‘태양의 후예’와 ‘사임당’은 중국시장 동시방송을 겨냥하는 점이 사전제작의 큰 요인이다. 중국에선 올 초부터 제도가 바뀌어 해외드라마를 방송하려면 TV는 물론 인터넷도 전편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심의기간을 감안하면 ‘쪽대본’이나 ‘생방송 촬영’으론 동시방송이 불가능하다. ‘별에서 온 그대’(SBS·2013~2014) 이후 높아졌던 한국드라마 판권료가 주춤해진 배경이다. 동시방영이 아니면 해적판이 먼저 나돌아 중국 측 수입사가 높은 판권료를 지불할 이유도 줄어든다.

 ‘태양의 후예’ 프로듀서인 함영훈 KBS 드라마국 팀장은 “중국에서 한국드라마 동시방송을 보는 시청자가 10이라면, 동시방송이 아닐 경우 2로 떨어진다더라”고 전했다. ‘태양의 후예’는 이미 지난해 중국 아이치이와 판권계약을 맺었다. 중앙아시아의 가상 국가에 재난이 발생한 가운데 현지 인명구조에 나선 한국인 의사(송혜교)와 특전사 대위(송중기) 등이 중심인물이다. 함 팀장은 “쪽대본은 당연히 없다”며 “이달 말부터는 그리스에서 해외촬영을 진행한다. CG 역시 국내 어떤 드라마보다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소개했다. ‘변호인’ ‘연평해전’ 등 본래 영화투자배급사로 이름난 NEW가 ‘태양의 후예’의 제작을 맡았다.

 ‘사임당’은 ‘대장금’(MBC·2003~2004)으로 각지에 한류 바람을 일으켰던 이영애의 복귀작이란 점부터 주목을 받았다. 조선시대와 현대를 오가는 이 드라마에 이영애는 사임당 신씨와 한국미술사 전공의 대학강사 서지윤으로 1인 2역을 맡았다. 송승헌은 사임당과 예술적 교분을 나누는 화가 이경으로 등장한다.

해외 6개국에 선판매 됐고, 특히 중국 쪽은 홍콩 엠퍼러그룹의 자회사 엠퍼러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한국의 그룹에이트와 100억원 투자협약을 맺고 공동제작사로 나섰다. 그룹에이트 김영배 기획팀장은 사전제작의 이유를 “첫째는 11년 만의 복귀인 만큼 이영애씨도 완성도 있게 공들여 찍기를 원했고, 둘째는 중국시장”이라고 전했다. ‘사임당’은 강릉뿐 아니라 전국 각지의 세트에서 사계절의 풍광을 담아낸다는 구상이다.

 드라마 제작의 안정성과 퀄리티 향상을 위해서 사전제작이 필요하단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나왔지만, 번번이 공염불이 되곤 했다. 다급한 촬영과 방송을 병행해 시청자 반응을 반영한다는 희한한 긍정론이 나오기도 했다.

‘디데이’ 연출자 장용우 PD는 “보통 드라마 제작비를 편당 3억씩만 잡아도 20회에 60억원”이라며 “수십억짜리 건물을 지으면서 전체 설계도면 없이 한 층 짓고 반응 보고, 또 한 층 짓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했다. 이런 제작진 내부의 문제의식에 더해 중국시장이란 외부 요인이 한국 드라마 제작 관행에 얼마나 파급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