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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 불량 국감] 최경환 “7초 답변 못해” … 시간 제한 없애니 국감 알차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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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왼쪽)이 “초이노믹스는 실패했다”고 비판한 뒤 답변을 요구하자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오른쪽)이 “뭘 답변하라는 말씀이냐. 7초 만에 답변을 다 드릴 수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뉴시스]

여전히 ‘정쟁국감’이란 평을 듣곤 있지만 국정감사장의 풍경이 조금씩 바뀔 조짐도 보인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증인신청 실명제’와 관련한 법안을 곧 발의하겠다고 15일 발표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증인신청을 한 의원 명단을 공개했다.

“7분 질의하고…” 기재위 한때 공방
방식 바꾸니 의원은 정책 질문
최경환도 답변 충분히 해 만족

 이런 상황에서 이날 오후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선 진통 끝에 국회 상임위 최초의 실험이 진행됐다.

 ① 기재위의 실험=기재위 실험은 의원 질의와 답변 시간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의원들의 질의시간을 충분히 보장하고 답변도 무제한으로 하기로 했다. 이날 기재위에서 벌어진 장면이다.

 “질의하겠습니다. 저는 지난 3년간 국감에서 한국 경제의 위기를 경고했습니다…(중략)…전기 대비 경제성장률 이게 뭡니까…(중략)…‘초이노믹스’는 실패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의견을 말해주십시오.”(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

 “7초 만에 답변을 드릴 수가 없네요.”(최경환 경제부총리)

 국감 때 의원 1명에게 주어진 1차 질의시간은 증인의 답변 시간을 포함해 7분이다. 대개 의원들은 질의시간 대부분을 자신의 주장을 펴는 데 쓰고 증인이나 피감기관장에겐 단답형 답변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이날도 그랬다. 특히 홍 의원은 7분 중 6분53초를 최 부총리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지적하는 데 썼다. 7초를 남기고 마이크를 넘겨받은 최 부총리는 흥분을 숨기지 않고 “내가 머리가 나빠서 (홍 의원이) 7분 동안 계속 말하니까 뭘 답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야당 의원들은 “실세 부총리라서 국회를 무시하느냐”(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고 비판하고 나섰고 감사장엔 고성이 오갔다. 결국 감사는 중단됐다.

 하지만 두 시간여의 정회 중 기재위는 ‘성숙한 결론’을 내렸다. 7분을 모두 질의에 쏟을 수 있게 하고 답변은 시간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 감사가 길어져도 부실한 질의·답변을 막겠다는 선택이었다. 정희수 기재위원장은 감사를 속개하며 “(국감에서) 이런 방식을 처음으로 적용하는 만큼 문제점이 나타나면 개선해나가자”고 했다. 하지만 이런 당부는 기우에 불과했다. 충분히 질문할 시간이 확보되자 야당 의원들부터 목소리를 높이기보단 정책 질의를 시작했다. 최 부총리와 기재부 관계자들도 충분히 답변할 기회를 갖자 만족스러워했다. 바쁜 증인·기관장들을 불러놓고도 ‘10초 답변’ ‘7초 사과’만 듣기 일쑤였던 불량 국감 문화가 달라지는 순간이었다.

 ② 환노위, 2년째 증인신청 의원 공개=환경노동위(위원장 새정치연합 김영주 의원)는 2년 연속 증인 신청 의원 명단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환노위는 증인 신청 의원들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현행 국회법의 뒤에 숨어 ‘묻지마 증인 신청’을 남발하는 관행을 지난해부터 자발적으로 끊은 상임위였다. 이런 상임위는 16개 상임위 중 유일하다. 그런 실험을 올해도 이어간 것이다. 김영주 위원장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국감에서 배제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뒤에서 증인 신청을 하고 비겁하게 혼내지 않기 위한 조치”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③ 증인신청 실명제 법안 마련=새누리당은 올해 국감을 계기로 이런 환노위를 모범으로 삼아 ‘증인신청 실명제’ 도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곧 발의할 예정이다.

 김 의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개정안엔) 증인·참고인을 신청하는 의원과 사유뿐 아니라 야당이 원하는 대로 반대 위원과 그 사유도 소위 회의록에 기재하고 소위 의견은 표결로 (정해) 기록하도록 했다”며 “소위 회의록은 (증인) 의결 이후 반드시 공개해 그 투명성을 높이고 민간증인신청의 남용을 막겠다”고 말했다.

남궁욱·김경희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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